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에 제시한 '의한정(醫韓政)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체 성격에 따라 월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 제안 협의체 성격 문제 있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의한정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보류하면서 이를 의료계와 한의계, 정부에서 협의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복지부는 최근 의협에 의한정 협의체에 참여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냈고, 의협은 “의한정 협의체 참여는 비대위가 관여할 사안”이라며 공문을 비대위에 전달했다.
지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대응 외에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반대에 대한 투쟁과 협상 전권 역시 비대위에 위임됐기 때문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을 논의하는 의한정 협의체에는 집행부가 아닌 비대위가 참여하는 게 맞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비대위도 5일 성명을 통해 “국민 건강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자격과 전문성이 결여된 집단과 논의하라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비대위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협의의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며 불참 의사를 피력했다.
의한정 협의체의 협상 대상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에 대한 것 뿐이라면 작금의 상황이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의한정 협의체가 과거 의료일원화 논의까지 포함한다면 복잡해진다. 비대위가 총회로부터 위임받은 투쟁과 협상 권한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반대에만 제한되기 때문이다.
"의한정 협의체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법안만 논의해야"
임 의장은 “최근 개최된 비대위 회의에서 추무진 회장에게 의한정 협의체 성격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추 회장은 ‘2년 전 중단된 협의체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며 “이 경우 비대위는 의한정 협의체에 대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 외에 한의사와 관련된 협의는 집행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비대위 미션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반대다. 의한정 협의 전체에 대한 부분에 대해 비대위가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의한정 협의체가 의료일원화를 포함한 전체적인 범위의 협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문제다. 의한정 협의체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돼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의협이 정부 측과 사전에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 권덕철 차관은 법안소위에서 “의협이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한정 협의체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사안이 포함되는 이상, 의협 집행부가 비대위와 상의 없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대의원총회 의결 사항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임수흠 의장은 “(의한정 협의체 구성에 협의했다는 사안은)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것에 반할 수 있다”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논의가 포함돼 있다면, 비대위와도 논의를 했어야 했는데 복지부는 의협과 이야기했다고 한
다”고 꼬집었다.
"의협 집행부 비급여 관련 의견 조회도 대의원 총회 의결 위반" 지적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이 법안소위에 보류된 것과 관련해 집행부 행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임 의장은 “추무진 회장은 비대위가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있는데, 별다른 이야기 없이 따로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인재근 의원을 만났다. 의협 회장으로 의원실에 갈 수 있지만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전혀 방문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케어, 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대응과 관련해서도 집행부의 월권 문제가 제기됐다.
의협이 최근 보험이사 연석회의에서 각 학회와 의사회로부터 비급여와 관련된 의견을 조회한 것 역시 총회 의결 사항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의장은 “비급여 급여화 항목을 파악하고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 초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지만 이를 복지부와 논의하려면 비대위와 상의를 해야 한다”며 “관련된 부분이 총회 의결 사안 위반이 될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