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이 당분간 국회에 더 머문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을 당장 국회가 정리하기보다는 양측이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해 공통된 의견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3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한 끝에 본회의 상정을 보류키로 결정했다.
"醫-韓-政 협의체 3개월 논의 후 결론 도출 안되면 원안대로 상정"
대신 의료계와 한의계, 복지부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3개월 논의하고, 그래도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원안대로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판례 및 유권해석에 의존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한방의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의사도 의료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의료계는 장외투쟁까지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한의계는 찬성하고 있어 양 직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법안보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진전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가 진단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대한병원협회도 '임상현장 등에서 진단 의료기기 판독·해석능력이 부족한 한의사를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의사 출신인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도 "규제와 면허 영역이 있는데 이를 혼동하면 안 된다"며 "자동차를 몰던 사람이 비행 운전을 약간 배운다고 보잉기(대형 여객기)를 몰겠냐"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 증진 및 국민불편 해소, 한의학 발전을 위해 허용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의료소비자연대도 "진료 선택권 폭을 넓히기 위해 진료방법의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찬성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복지부는 '환자 중심, 국민건강 증진 달성을 위해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등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의료계와 한의계의 오랜 숙제는 국회를 거쳐 의·한·정 협의체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가능한 빨리 가동하겠다"며 "보다 상위에 가치 두고 상호 윈윈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밝힌 만큼 중재자로서 복지부 역할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복지위 법안소위는 의료법 중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과 함께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면허취소처분 및 재교부 제한 규정 신설 개정안을 보류, 이 외의 법안을 24일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