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젊은 사람도 당뇨병에 걸릴 줄은 몰랐어요. 당뇨병 확진검사 대상자라는 안내를 받았을 때도 ‘설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김종민(가명) 씨는 지난해 말 제2형 당뇨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건강검진을 받은 후 자신이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건강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고 가족 중에서 당뇨병을 앓는 사람도 없었기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당화혈색소 15.7%, 공복혈당 282로 정상 범위를 훌쩍 넘어선 당뇨병 환자였다.
노인 만성질환으로 여겨지던 당뇨병이 최근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20대 당뇨환자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국민은 전체 1723만 명에 달한다.
2015년 253만 명에서 매년 증가해 2017년 287만 명, 지난해에는 322만 명으로 5년새 27.7%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대다. 20대 당뇨환자는 연간 11% 늘어나 5년 사이 51.4%나 급증했다. 당뇨병이 더 이상 노인 만성질환이 아니라는 얘기다.
20~30대 발병 증가율, 40~50대보다 2배 높아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젊은 당뇨’에 주목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3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 7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로 추정했고, 20~30대 젊은 환자가 빠르고 늘고 있는 점을 우려해왔다.
학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0대 당뇨환자 증가율은 34.5%, 30대는 22.5%다. 이는 40~50대가 10%대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가 넘는 속도다.
젊은 당뇨가 늘어난 이유에는 여러 환경 요인이 있지만 그중 비만 인구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이 당뇨병을 초래하는 이유는 지방과 인슐린 저항성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몸 속에 지방 조직이 쌓이면 혈당을 적절히 유지하는 호로몬인 인슐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 하는데, 인슐린 저항성이 커질수록 우리 몸은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췌장에서 더 많은 인슐린은 만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췌장이 무리하게 되고 결국 인슐린 분비 기능이 망가져 당뇨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현재 당뇨병은 1형과 2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1형은 선천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다. 2형은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 경우를 말한다.
2형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게 되는데 주로 높은 열량 및 지방, 단백질 식단을 하는 경우 생긴다. 젊은 당뇨 많은 경우가 2형에 속한다
결국 젊은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이 우선이지만 현실에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급증하는 비만율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초 발표한 ‘2020 알고 싶은 건강정보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고도 비만율은 5.1%에서 6.1%로 약 20% 증가했다. 비만 환자도 약 5%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특히 우리나라 20~30대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점을 지적하며 오는 2030년 고도비만 인구가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가하는 비만 인구와 더불어 젊은 당뇨를 야기하는 위험 요소는 또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단짠단짠’ 등 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식문화가 대표적이다.
‘단짠단짠’은 단 것을 먹으면, 짠 것이 먹고 싶다는 신조어로 젊은층 사이에서 음식 맛을 조합해 즐기는 사례가 늘어나며 탄성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문화를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달고 짠 음식을 끝까지 먹어보는 ‘단짠 챌린지’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며, 외식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단짠을 넘어 ‘단맵(단 맛과 매운 맛)’, ‘맵느(매운 맛과 느끼한 맛)’ 등 자극적인 맛을 내세워 신메뉴를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이밖에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자리잡은 ‘당충전’도 젊은층을 넘어 전 연령으로 퍼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는 젊은 당뇨 대상인 성인을 비롯해 소아 당뇨 대상인 청소년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과식과 폭식 문화를 조성하며 젊은층 건강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젊은 당뇨를 부추기는 요인이 만연해지는 상황에서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실제 당뇨병학회는 연령이 낮을수록 지속적인 치료로 혈당을 조절하는 환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