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산 신약의 계보가 이어지기 위해선 '불합리한 약가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약업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기업들과 관련 협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약 평가제도 개선안'을 국무조정실에 제출했고 이는 다시 보건복지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국내 신약은 대체약제와 효과 및 비용을 비교해 결정된다. 문제는 다양한 약가인하 정책으로 대체약제 가격이 현격히 낮아졌을 때 발생한다.
오리지널 품목의 경우 제네릭 등재 시 53.55% 일괄 인하 조치를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용량 협상, 실거래가 조사 등의 약가 사후관리제도로 인해 약값이 지속적으로 인하된다.
이런 상황 속에 국내 제약사들이 자원과 자본을 투자해 천신만고 끝에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대체약제의 인하된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를 산정하다보니 R&D 비용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약가를 받게 된다.
국내 제약사들이 때로는 회사 명운을 걸고 자원과 자본을 투자해서 천신만고 끝에 신약 개발에 성공을 하더라도 약의 효능 등에 기반한 약값이 아닌 매우 낮은 수준의 대체약제 시장 가격 기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실는 "국내 신약 가격은 OECD 국가 및 대만 평균 가격의 42% 수준이며, 신약의 74%가 최저가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제약사들이 자원과 자본을 투자해 천신만고 끝에 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여러 차례 약가가 인하된 오리지널 품목이 약가 산정의 기준 약으로 선정돼 R&D 가치 보전이 어려운 약가를 받게 된다.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경제성평가 면제 약제나 위험분담제와 같은 예외적인 절차를 선호하게 되고, 신약이 국내 등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최초 등재되는 일을 겪기도 한다.
국내 개발은 기술수출로 마무리하거나 글로벌 선발매를 하는 사례도 생긴다. 실제 2018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기술수출 실적에 비해 국산 신약 약가 등재는 케이캡, 렉라자 단 2건에 불과하다.
"국산 신약임에도 제네릭보다 낮은 가격 비현실적,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보정 절실"
이에 제약업계는 신약 약가제도 개선 방안 검토를 정부에 요청했다. 약가 산정의 근거로 작용하는 대체약제의 합리적 조정이다.
대체약제가 제네릭 등재로 인하된 경우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30%)를 보정하거나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개발된 신약만이라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를 100%(현행 90%) 보장하는 등의 대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또 HK이노엔의 국산신약 30호 '케이캡'의 약가 산정도 참고할 만하다. 케이캡의 약가 평가 기준은 지난 2016년 한시적으로 허용된 '글로벌 진출 신약 약가평가'가 적용됐다.
대체약제와 임상적 유용성이 비열등한 신약인 케이캡은 ▲국내에서 세계 최초 허가 획득 ▲혁신형 제약기업 및 준하는 기업서 개발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총족시켜 국산 신약 가운데 유일하게 우대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이 제도는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DA)의 자국 산업 특혜에 따른 외국 기업 권리 및 이해 침해 우려라는 독소조항에 걸려 폐지된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 산업 육성을 지원하려면 R&D 투자를 고취시키는 약가우대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신약이 제네릭보다 못한 가격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 R&D 투자 의지가 줄어들고,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사업이라 여겨져 신규 투자 유치도 힘들 것"이라며 "불합리한 약가제도로 인해 국내에서 혁신 신약의 탄생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제약강국 도약도 공허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는 기업들은 식약처, 심평원 등과 함께 계속 일을 해야 하다보니 이런 요구들을 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건보재정 건전성과 국민 건강도 중요하지만, 제약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국산 신약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제도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