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이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과장해서 발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에 편승하면서 2020년 주가는 2만원에서 10만원대 까지 상승, 경찰은 허위 정보 유포에 따른 주가 부양이라고 여기고 있다.
29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일양약품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3월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양약품(사장 김동연)은 자사 ‘코로나19 바이러스(COVID-19)’ 치료 후보물질의 검증을 위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학장 윤영욱) 생물안전센터내 BSL-3 시설 연구팀”에 의뢰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탁월한 유효성을 확인하였다. 금번 물질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한 차세대응용오믹스 “신·변종 바이러스 원천 기술개발 (메르스 치료제 개발)” 연구과제 진행(수행기간:2016.7~ 2021.3)에서 발견된 “메르스 치료제” 후보물질과 백혈병 치료제 신약으로 이미 출시된 “슈펙트(성분명:라도티닙)” 이다.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분양받은 SARS-CoV-2 바이러스(hCoV/Korea/KCDC-03/2020)’를 이용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물안전센터내 생물안전 3등급(BSL-3) 실험실에서 “슈펙트”를 사용한 in vitro(시험관내 시험)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투여 후 48시간 내 대조군 대비 70%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소함을 확인하였다. 특히 HIV 치료제인 “칼레트라” 그리고 독감치료제인 “아비간”에 비하여 우월한 효능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슈펙트’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시판 중인 신약으로 다른 후보 물질에 비하여 신속하게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며,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로 재창출될 기대감 또한 높일 수 있게 되었다. |
경찰은 일양약품이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이 실제 연구자가 진행한 연구보고서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는 데 혐의점을 두고 있다. 실제 연구보다 효과를 과장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경찰 조사 결과, 연구를 진행한 교수도 연구보고서와 일양약품 보도자료가 일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이 슈펙트 비임상 결과를 발표하자 당시 일양약품 주가는 3월부터 크게 요동쳤으며, 7월에는 주가가 10만원대까지 올랐다. 4개월만에 주가가 5배 가량 오른 셈이다.
7월 이후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진행한 임상 3상 중단 소식까지 겹치면서 현재 주가는 2만원을 밑돌고 있다.
정도언 회장 모친 및 형제 등 주식 매도 '시세 차익'
또 다른 문제는 일양약품 정도언 회장 일가가 주가가 부양되던 시기인 3월부터 6월까지 주식을 매도,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점이다.
정도언 회장과 정 회장 장남인 정유석 부사장은 이 기간에 각각 50주, 7000주 늘었다. 주식 매도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정 회장 모친과 형제들은 이 기간에 많은 주식을 처분했다. 주가 부양 시기에 모친인 이영자 씨는 보유하고 있던 2만1000여 주를 전부 처분했다. 이어 정 회장의 형제인 정영준 씨는 1200주, 정재형 씨는 8만4000주, 정재훈 씨는 6200주를 매도했다. 이들이 시세 차액으로 거둔 수익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정 회장 일가가 주가 부양 시기에 반복적으로 주식을 매도하자 일반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경영진이나 최대주주 친인척 주식 매도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모랄 해저드 논란만 있었을 뿐 법적인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진 일가의 주가 부양 시기의 집중적인 주식 매도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될 여지도 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는 법적인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장 회장 일가의 주식 거래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양약품 측은 비임상 결과를 부풀렸다는 의혹이나 정 회장 일가 주식 매도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양약품 뿐 아니라 2020년부터 현재까지 다수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에 편승해 주가가 크게 요동친 바 있다.
일양약품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른 제약사로 수사가 확대될 수 가능성도 있어 경찰 수사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