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폐암 진료 환자는 11만6428명으로 2018년과 비교해 27% 가량 늘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환자들의 경우 폐암 치료에 드는 비용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 자체부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험 미적용시 치료에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산 폐암 신약이 1차 치료 임상 현장에서 효과를 입증하면서 연일 희망적인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도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3세대 표적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의 폐암 환자 조기 무상 공급 프로그램(EAP) 대규모 시행 계획을 밝혀 주목 받았다. 연내 1차 치료 급여화 가능성도 나오면서 환자 혜택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의료 현장에선 국산 폐암 신약의 1차 치료 진입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기관에선 관련 한국인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서 약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여창동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사진]는 현장에서 렉라자에 대한 환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했다. 올해 유럽암학회에서 공개될 병용임상의 기대감도 나타냈다.
매일 환자와 만나고 있는 여창동 교수를 통해 1차 치료의 효과, EAP 시행의 의미, 병용요법 적용과 앞으로의 전망 등 폐암 치료 진료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폐암 환자 '경제적 어려움' 등 삶의 질 생존에 영향
국산 신약 출시로 치료 옵션 확대···환자 혜택 '기대'
여 교수는 “폐암을 진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삶의 질과 폐암 생존 사이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를 하나 최근에 발표했다”면서 “연구에선 환자의 삶이 폐암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운을 뗐다.
관련 연구는 과거 진행된 적이 있지만 1000명 이상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연구를 통해 여 교수는 신체적, 정서적 기능 감소는 폐암 생존률 저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여 교수는 “신체 및 정서 기능은 통증, 피로감, 우울감 등에 영향을 받았다. 말기암 환자는 고령인 경우가 많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클수록 신체적, 정서적 기능은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클수록 폐암 생존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며 “폐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의 신체 및 정서적 기능 또한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점에서 여 교수는 1차 치료 옵션으로 적응증이 확대 적용이 된 사실과 1차 급여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점 등 환자 혜택을 근거로 렉라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 교수는 “폐암 유발 돌연변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인 EGFR 변이에서 표적항암제가 개발되고 진료현장에서도 쓸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환자에게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3상을 직접 설계하고 수행할 정도의 인프라가 구축된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며 “렉라자라는 국산 신약이 배출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데이터 유일, 국내 환자 1차 치료 강력한 증거 제시”
“2차 치료서 ‘뇌(腦) 전이’ 환자 효과···1차에서도 효과 볼 수 있어”
렉라자는 올해 1차 치료제로 급여 심의 관문을 속속 통과 하면서 올해 안으로도 급여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인 데이터의 긍정적 결과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도 예상된다.
여 교수는 “LASER301 임상은 인원 대다수가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참여한 임상”이라며 “기존 1세대 약제 대비 우수한 효과에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LASER301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활성 EGFR 돌연변이(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393명 (아시아인 258명, 비아시아인 1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차 치료 다국가 임상 3상 시험이다.
임상결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20.6개월 달성했다. 게피티니브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아시아인만 따로 본 하위그룹 분석에서도 PFS 20.6개월, 한국인 하위그룹 결과 또한 20.8개월에 도달했다.
여 교수는 “서양인 위주인 타그리소와 달리 한국인 데이터에서 우수한 효과를 렉라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할 순 없으나 없었던 임상적 데이터를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 교수는 “렉라자는 특히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뇌전이 환자와 L858R 변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었다”라며 “2차 치료의 뇌전이 환자 경험과 LASER301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1차 치료 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어 “환자와 의료진 입장에서는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으며 LASER301 임상 데이터는 국내에서 폐암을 치료하는 데 강력한 증거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리포사’ 병용 통해 내성도 극복···ESMO 데이터 긍정 전망
EAP 이후 진료 현장 긍정적···“환자에 권할 수 있는 근거 마련”
오는 20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암학회(ESMO) 연례학술대회에서 MARIPOSA 임상 결과가 나오는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여 교수는 “MARIPOSA 임상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주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라며 “데이터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차 치료 단독 요법을 넘어 병용요법으로 내성까지 극복하게 된다면 환자들에게 보다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고 환자에게도 좋은 것”이라며 “의료진 입장에선 환자에게 부담, 부작용이 적은 옵션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어 여러모로 낙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 교수는 환자 처방에 있어 한국인 데이터 등 확실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사용 확대를 예상했다.
무상 공급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 EAP) 시행으로 의료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 교수는 “EAP 시행 전까지만 해도 1차 치료 옵션에 타그리소 뿐이었고 그마저도 비급여로 경제적 부담이 컸다”라며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으로 사실상 1-2세대 치료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지난 7월 렉라자 EAP가 시행되면서 좋은 약제를 1차 치료에서 경제적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돼 의료진 입장에서 매우 기뻤다”라며 “환자들도 여러 언론보도로 유효성, EAP 등 내용을 인지하고 먼저 해달라고 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AP를 시행한 지 두 달 정도가 지난 지금도 자신있게 환자들에게 자신있게 렉라자를 권유할 수 있는 이유”라며 “1차 치료를 넘어 병용요법까지 환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