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싸고 한미약품그룹 오너들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票) 대결이 펼쳐질 예정인 가운데, 양측의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주총 안건 두고 의견 엇갈려
20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은 최근 한국ESG기준원이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 5건 중 4건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을 비롯해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 배보경 고려대 특임교수 등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했으며,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에 대해선 반대를 권고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이 제안한 의안에 대해서는 6건 전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 박경진 명지대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등이 한미사이언스의 이사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이 결과에 대해 임종윤 사장 측은 "주주제안 측을 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지지하는 의결권 가이드 나왔다"며 "다른 주주분들의 현명한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후보 6인에 대한 의결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주주제안 측 인사 5인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은 허용 가능한 수준의 지분 희석이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더라도 주주들의 주가가 중대하게 희석되진 않으며, 신주발행 주가 역시 통합 계약 공지 전의 시장가격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주주제안 측이 통합 반대의 사례로 든 부진한 부광약품의 경우, 현재 부광의 사업 부진이 OCI의 경영 판단·조치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 이후 한미사이언스가 추가적인 사업 계획을 추진할 수 있으며, 재무구조 사업 확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주주제안 측은 구체적 기업 활동 대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방안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OCI그룹과 통합에서 문제가 되는 건은 신주발행 건 뿐인데 "신주발행으로 인한 자본금 증가가 기존 주주에게 중대한 지분가치의 희석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리포트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처한 차입금 가중 상황과 운전자금 확보 필요성을 감안했을 때, 이번 신주 발행으로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사업적으로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재무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글래스루이스는 한미그룹 기존 경영진의 성과가 미흡하고 OCI그룹이 제약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임종윤 사장 측 주장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미그룹 측은 전했다.
"주주 제안 측 PBR 하락 논리는 왜곡된 사례 모음"
한미사이언스는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자신들의 용역 의뢰로 도출된 한울회계법인의 '중간지주회사 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한미사이언스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울회계법인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6년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시된 지주회사 58개 중 PBR 자료 수집이 가능한 13개 중간 지주회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중간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 후 PBR 평균은 1.53에서 0.86으로 0.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를 근거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중간 지주회사로 전락할 경우 PBR이 현재 대비 50% 수준까지 디스카운트 될 수 있다"며 "한미약품 주식 40% 보유와 헬스케어사업 등 기업가치만 인정받게 될 경우 주가도 절반 가격인 2만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한울회계법인의 PBR 분석 자료에 대해 "전혀 다른 유형의 지주회사 전환 사례들을 묶은 것으로, 한미-OCI그룹간 통합에 적용할 수 없는 왜곡된 사례들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한울회계법인이 취합한 13건 중 9건은 기존에 지주회사가 아니었다가 인적·물적 분할을 통해 새롭게 지주회사가 된 사례들이며, 나머지 4건은 기존 사업을 영위하다가 M&A 등으로 자회사 주식가액이 증가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된 사례다.
먼저 언급된 9건 사례의 경우, 비지주회사가 기존 사업을 분리하는 구조개편을 하면 자산 구성과 현금흐름 등이 달라져 시장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한미사이언스의 설명이다. 나머지 4건의 경우에는 M&A나 현물출자 등 효과와 구분되는 중간지주회사 전환 영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유일하게 한미-OCI그룹 통합과 유사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1곳의 사례(J사)는 오히려 PBR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주주제안측 주장이 얼마나 허술하게 분석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허위사실에 기반한 주주제안 측의 비방에도 회사는 공식적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 왔으나 공정하고 명확한 사실로 선택받아야 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대측의 왜곡된 자료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가 제안한 이사 6인과 주주제안 이사 5인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