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의료원이 인천시 제2의료원 건립 예산을 송도세브란스병원 설립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광역시 공공 재원을 활용, 질적 완성도가 높은 병원을 짓겠다는 취지로 계획이 성사되면 국내 병원 건립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송도세브란스병원에 대한 소유권 없이 위탁 운영이라는 카드를 제시하고 인천시와 접촉을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12월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송도동 송도과학로 85)에서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식을 진행했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026년 12월 개원을 목표로 국제캠퍼스 8만5800㎡(2만5954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15층, 800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병원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첨단 유전체 기반 의료 등을 실현해 미래 의료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정밀 의료병원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 연구기능을 갖춘 바이오 산업화 거점병원으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연세사이언스파크 사업과 송도에 집적한 국내외 대학, 연구소, 기업과 연계해 K-바이오를 선도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내 핵심 역할을 하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착공 1년이 지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8800억원이라는 한정적인 재원에서 질적 완성도를 갖춘 병원을 짓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은 대책 방안으로 인천시 제2의료원 설립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는 2029년 개원을 목표로 제2의료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립 사업비는 총 4272억원이다.
연세의료원은 인천시가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에 재정을 보태면 인천시민에게 더 합리적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구상은 금기창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추진본부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하며 추진 의지까지 내비친 상황이다.
당시 금기창 건립추진본부장은 "인천 제2의료원이 들어서더라도 환자들이 찾는 병원이 되리란 보장이 없다. 인천시가 투자해 병원을 짓고 연세의료원이 소유권 없이 위탁 운영한다면 인천시민에게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선례도 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이 대표적이다.
보라매병원은 당초 서울시가 시립병원을 지었으나 적자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위수탁 계약을 맺고 여건을 상당부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연세의료원도 인천시와 협력할 경우 공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방의료원이 겪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는 등 다방면에서 윈윈(WIN-WIN)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연세의료원은 계획이 실현될 경우 인천 주요 거점지역에 대형병원이 진입하는 상황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기회도 노려볼 수 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일대에는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도 분원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800병상 규모의 병원 건립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도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에 8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당사자간 공식적인 제안이 오고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알고 있으나 연세의료원에서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며 "제2의료원 건립 사업에도 많은 절차가 남은 만큼 성급하게 고려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