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및 생동성시험 규제 강화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판매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 마진도 줄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황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재무자문본부)는 9일 서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국내 제약 및 바이오업체를 대상으로 열린 '제약산업 해외 진출 및 투자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황지만 상무는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제네릭 의존도가 높고, 강력한 정부 조사 및 규제로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특히 발사르탄 사태 발생 시 품목 중지 품목이 174개에 이를 정도로 제네릭이 난립하고 있어 정부가 계단형 약가제도를 도입하고, 공동 및 위탁 생동 규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중소제약사 구조조정 예상되며 약가 알박기 시도 등 출현 가능성"
그는 이어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한 제네릭 수익률 하락으로 중소 규모 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계단식 약가의 부작용으로 다국적 제약사와의 담합, 약가 알박기 시도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제네릭 규제 강화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제네릭을 옥죄게 되면 국내 제약사들의 상품 매출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고, 이 경우 다국적 제약사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계약을 할 수 있다.
황 상무는 "지난해 주요 상장제약사들의 상품매출 비율은 34%를 차지했고, 이중 대형사 상품매출 비율은 50% 이상을 기록했다"며 "코프로모션은 국내 제약산업의 대표적인 성장 및 사업 모델이지만, 상품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약 개발에 드는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캐시카우가 필요한데 제네릭 규제가 엄격해지면 결국 도입 상품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지금보다 더 낮은 마진, 높은 수수료율 등을 요구받는 불공정한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의약품 리베이트 등에 대한 첨단 수사 기법 도입 및 조사 강화로 인해 기존의 제네릭 영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업 존속이 어렵다.
그는 "디지털 포렌직 기법을 통해 제약사들의 불법 행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국세청과 검찰, 공정위 등 규제기관들이 공조하고 있어 더 이상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회사나 직원보다 조사자가 정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산업을 둘러싼 규제 강도가 나날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진출 및 인수합병(M&A), 특허 공략 등과 같은 다양한 경영 전략을 검토해볼 것을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황 상무는 "R&D를 통한 신약개발 성공 확률은 2%도 안 된다. 코프로모션, 코마케팅에 의존한 사업모델은 제약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이다. 적극적인 형태의 해외 투자전략과 해외진출, 특허 공략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셀트리온의 해외 진출 전략을 주목할 만하다"며 "유럽 14개국 현지법인을 통한 바이오베터 '램시마SC' 직판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모델이 훨씬 수익성이 높아 국내 다른 기업들도 활용 가능한 모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Phil Pfrang 딜로이트 라이프사이언스헬스케어 재정자문 리더도 "일본도 제약산업에 대한 규제가 심각해 제약사들이 해외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며 "다케다의 경우 순위가 매년 하락했는데, 지난해 샤이어와 800억 달러 규모의 M&A가 성사되면서 글로벌 상위제약사로 재도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중국, 인도 등 아태지역의 제약산업들은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약가가 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며 "기술 변화도 빨라 이런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전통 제약사들이 인수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