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정부가 강도 높은 약가인하 카드를 빼들자 중소제약사들이 궐기대회, 소송 등 집단행동까지 고려하며 강력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까지 약가를 보장해주던 정책을 7년만에 대폭 손질할 예정이다.
잠정 개편안에는 최저가를 보장해주던 기존 제도에서 벗어나 복제약 가격을 일정 요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담겨 있다.
▲완제의약품 직접 생산 ▲생동성시험 수행 ▲원료의약품 직접 등록(DMF) 유무 등 3가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복제약 상한가를 차등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제약 보험상한가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를 받을 수 있는데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53.55% 상한가 책정이 가능하다.
3가지 요건 중 2개만 충족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43.55%로 떨어뜨리고, 한가지만 충족하면 33.55%로 낮춘다.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30% 안팎의 상한가만 부여하는 안이 검토 중이다.
그뿐 아니라 등재된 제네릭의 순서에 따라 상한가가 낮게 부여되는 차감제도 도입될 예정이다.
20번째 이내로 등록된 복제약에 한해 위 기준이 적용되고, 20번째 이후부턴 차감이 적용돼 최저 약가의 90% 수준만 받게 된다.
대형 제약사와 달리 중소제약사 가운데 이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적다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생동 수행과 완제의약품 생산 여부가 주요 걸림돌이다.
2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종전보다 약가가 20% 이상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제약사들의 경우 생산시설은커녕 연구소도 없는 곳이 많아, 이번 조치가 '사실상 약가 전면 인하'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소제약사들은 자구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그 방안으로 독자적 채널 확보, 약가소송, 약가인하 전면 거부 궐기대회, 상한가 조정 요청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소제약사 80여곳은 지난 1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의 약가인하 관련 대책회의를 보이콧하며 파행시켰다. 협회가 대형사들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게 이유다.
일각에선 제약바이오협회를 집단 탈퇴하고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한국제약협동조합 가입하는 방안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제약사를 대표할 별도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식약처로부터 공동 생동 시험 단계적 폐지라는 초강력 규제가 나온 상황에서 약가를 차등으로 부여하는 제도까지 시행된다면 중소제약사들이 전멸할 것"이라며 "복지부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조만간 나온다고 했는데, 잠정 안과 같다면 미래가 암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나온 안이 확정된다면 중소제약사들은 존립이 어렵다"며 "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생동 규제 관련 주장을 펼칠 때부터 서운했는데, 생동 규제부터 약가 규제까지 강화되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업계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가 확정안을 발표한 게 아닌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특히 중소제약사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안을 이달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