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선 상대가치점수가 낮은 진찰료를 인상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영상·진단 등의 의료행위 점수 조정이 불가피하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 제40차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필수의료 회생을 위해 수가 인상 등의 조치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건보 재정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정 이사장은 "의사들이 전문성을 쌓아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보상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어 제대로 된 보상을 위해선 상대가치점수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제대로 된 원가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건보공단은 전국 1000개 패널 병원을 모집하고 내년부터는 원가분석 작업을 본격화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원가분석을 기반으로 건보공단은 원가에 못 미치는 진찰료를 현실화하는 대신 영상·진단 및 진단검사 등에 대한 부분의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다른 진료행위 대비 수가 20~30% 높게 책정돼 있는 상황"
정 이사장은 "현재 영상 및 진단 분야의 경우 다른 행위와 비교했을 때 20~30% 정도 높게 책정돼 있다"며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부분까지 수가에 다 포함돼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단이 보유한 준비금 중 일부를 풀어서 필수의료 수가 개선에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현재 공단 준비금은 24조원 정도인데, 이는 급여비 3, 4개월 지급분으로 12조 정도는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내년 800억원의 예산을 증액할 예정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는 비급여 관리도 강화한다.
그는 "현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공단 부담금을 800억원 늘릴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의료인지 건강관리인지 애매한 영역에서의 비급여 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어 "비급여 지출은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을 평가할 때 분모에 포함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늘어날수록 보장성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며 "이에 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를 통해 비급여 규모 및 실태를 파악해 합리적인 비급여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출 효율화 및 안정적 재원 확보 노력…적정 진료지침 마련하고 주치의제 검토"
또한, 건보공단은 지속가능한 건보제도 운영을 위해 지출 효율화와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 마련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지출 효율화를 위해 MRI, 초음파 등 재정 목표 대비 지출이 초과된 항목 등을 분석해 급여 기준을 개선한다. 안정적인 수입 확충을 위해 국고 확보 관련 법 규정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건강보험 국고 지원이 5년 연장되면서, 임기 내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법규정을 완비하려고 한다"며 "이와 함께 과다 의료이용을 막아 건보 지출 효율화를 높이며 사무장병원을 통한 부정 수급 관리도 강화코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개설 의료기관 진입부터 관리, 적발 시 부정수급 환수 등을 통해 건보 재정 누수를 막겠다"며 "특히 사무장병원 개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현재 전국 지자체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건보공단이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민들이 불필요한 검사나 진료를 받지 않도록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협력해 '적정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한국형 주치의제 도입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건보재정 지출을 증가시키는 과잉진료, 과다 약물 복용,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줄이려면 주치의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공단 일산병원에서 지역 기반 환자 중심 주치의 모형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