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사만 20명, 수술실 간호사만 40여 명이다. 연세사랑병원에서의 대리수술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이 최근 불거진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악의적인 제보로 사실이 왜곡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던 그는 데일리메디 취재 요청을 수락했다. 음해성 제보 하나로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훼손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는 부연도 곁들였다.
고용곤 병원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대리수술’ 병원으로 지목된 점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혹시나 싶어 자체조사를 진행했고, 역시나 대리수술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로부터 전해들은 제보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의료기기 업체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접 연세사랑병원에서 수 차례 수술을 진행했다는 게 제보의 골자였다.
제3자 입장에서 제보내용만 놓고 보면 연세사랑병원이 의료기기 업체 직원에게 관행적으로 대리수술을 시킨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인 상황이었다.
앞서 인천과 광주에서 척추 전문병원들의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졌고, 이로 인해 수술실 CCTV 설치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보자가 직접 대리수술 했다고 주장, 수사당국 조사 진행 중"
고용곤 병원장은 “제보자가 직접 대리수술을 했다고 하니 수사당국도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병원은 결단코 대리수술을 시킨 적이 없다”라고 피력했다.
그는 제보자가 수술 보조 개념을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 병원장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 직원은 해당 장비 세팅 등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간헐적으로 환자의 체위 변화 등 극히 제한적인 보조행위를 수행한다.
그는 “제보자가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라면 수술실에서 행한 보조행위를 대리수술로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 마저도 모든 수술은 의사가 집도하는 만큼 대리수술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실에는 의사 외에도 간호사 등 많은 인력이 함께 들어간다”며 “요즘 같은 세상에 바로 알려질 대리수술을 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용곤 병원장은 연세사랑병원과 함께 압수수색을 받은 자회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찰은 연세사랑병원 자회사인 의료업체에 대해서도 같은 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인공관절 및 연골 치료제 등을 공급하는 이 업체와 병원의 수상한 거래(?)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고 병원장은 ‘간납사’로 오인하는 일각의 시선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간납사’는 간접납품회사 줄임말로 병원 납품에 대한 관문 역할을 하며 일정 수수료를 징수하는 회사다.
일부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간납사를 설립해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공급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시키기도 한다.
"연세사랑병원 설립 자회사는 간납사 아닌 R&D 연구목적 회사"
하지만 고용곤 병원장은 연세사랑병원이 설립한 자회사는 ‘간납사’가 아닌 ‘R&D’를 위한 연구 목적의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회사를 만드는 것은 간납이 아닌 연구를 위함이었다”며 “박사급 연구인력만 40여 명에 달한다. 인력구조만 보더라도 연구를 위한 회사임을 알 수 있다”고 피력했다.
고 병원장은 ‘대리수술’과 ‘간납사’ 모두 완강히 부인했지만 병원계 관행인 수술실에서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역할에 대한 법리적 논쟁은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대리수술과 간납사는 사실이 아닌 만큼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없지만 수술실에서의 간호조무사 역할과 관련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처럼 앞 서 가다보니 당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진실의 힘을 믿고 이번 사태를 헤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세사랑병원은 220병상 규모로 의료진 23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4번째 관절 전문병원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지정은 오는 2023년 12월까지다.
지금까지 ▲관절내시경 5만5504건 ▲인공관절 3만6020건 ▲척추관절 2만5887건 ▲어깨상지관절 2만3619건 ▲휜다리교정술 6899건 등의 수술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