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불순물' 논란 지속…제약사 '피해' 가중
잊을 만하면 사건 발생 불안감 확산…업계 "사전 예방, 사실상 불가능"
2022.12.27 05:00 댓글쓰기



지난 2020년 발사르탄 성분부터 시작된 의약품 불순물 파동이 올해도 여전히 제약업계를 강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에서 검출되는 불순물이 사전에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 이슈가 발생하면 제약업체에서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식약처는 국내외 안전성 이슈 발생에 따라 금년에도 다양한 성분에 대해 불순물 검출 시험을 실시했다.


올해 불순물 이슈에 따라 도마에 오른 성분은 천식과 알레르기비염 치료제 몬테루카스트나트륨 성분, 조현병치료제 쿠에티아핀, 항바이러스제 아시클로버 성분, 항생제 클래리트로마이신 성분, 알레르기치료제 세티리진 등이다.


2022년 불순물 이슈 첫 테이프를 끊은 성분은 몬테루카스트나트륨이었다. 1월 식약처는 해당 성분 원료의약품에서 N-니트로소디프로필라민(NDPA)이 검출됐다는 안전성 정보에 따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시험 검사를 지시했다.


이어 4월 쿠에티아핀 제제에서는 불순물 N-니트로소아릴피페라진(NNAP)이 발견됐다. 식약처는 해당 성분을 보유한 업체에 대한 시험검사를 지시했으며, 일부 업체는 1일 섭취량이 초과 검출돼 회수된 품목도 있다.


회수 품목을 보유한 업체는 알보젠, 환인제약,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이 있으며, 식약처 자료 검토가 끝나지 않아 회수 업체가 추가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6월 아시클로버 성분 함유 완제의약품에서도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 가능성이 제기돼 식약처는 업체에 점검을 주문한 바 있다.


9월에는 클래리트로마이신 성분 함유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시험 검사를 명령했다. 


시험 검사를 완료한 업체 중 신풍제약 보유 제품 1개에서 NDMA가 초과 검출돼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업체가 자진 회수를 진행했다. 아직 시험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회수 조치가 확산될 여지가 있다.


11월에는 세티리진과 레보세티리진 성분에 대한 불순물 이슈가 있었다. 해당 성분에서는 니트사민류인 ‘1-N-nitroso piperazine(CAS번호: 5632-47-3)’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식약처는 시험 검사를 업체에 주문했다.


시험 검사에 걸리는 기간과 분석 기간이 길게는 수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해당 성분을 보유한 업체는 불안한 마음으로 결과 분석을 기다리고 있다.


불순물 검출 따른 피해 과거보다는 ‘감소’


2년 전 발사르탄 파동이 처음 났을 때만 해도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엄청났다. 인체에 위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발사르탄 성분 처방이 급감했으며, 대체 품목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불순물 이슈 양상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불순물 검출이 처방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의료진들 생각도 전과 달라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검출되고 있는 NDMA 등은 고의나 과실에 의해 발생되는 물질이 아닌 제조 공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생기는 물질이라는 사실과 1일 섭취량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잡혔다.


식약처도 잇따르고 있는 불순물 검출에 따라 회수 조치도 과거보다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식약처는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처음 검출될 당시만 해도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인 일괄 회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해 9월 ‘불순물 발생에 따른 의약품 회수 시 조치 방안’을 통해 불순물 검출 의약품이 발생하면 기준을 초과한 제조번호에 한해 회수와 함께 ‘판매 중지·사용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불순물이 검출된 제품이라고 해도 제조번호 등이 달라 기준 불순물이 검출되지 않은 품목은 제조와 판매 등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EMA,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관련 회수 기준 완화


니트로사민류 불순물의 경우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회수 조치로 적잖은 업체가 몸살을 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럽에서는 선제적으로 불순물 의약품에 대한 완화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유럽의약품청(EMA)는 지난 10월 의약품 니트로사민류 관련 질의 응답집 개정판을 통해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1일 섭취 허용량 설정을 위한 시험 데이터가 불충분할 경우, 일시적 1일 섭취 허용량인 178ng/day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기존 독성 우려 한계점(TTC)인 18ng/day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는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검출량이 18ng/day를 초과하면서 178ng/day 이하일 경우 회수 조치가 필요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최근 발견되고 있는 의약품 불순물 중에서는 객관적으로 신체에 위해를 가할 정도의 수준을 정확히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EMA에서 선제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불순물 함유에 대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의료진이나 환자에 조성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식약처, 비의도적 불순물 저감화 전략 연구 진행


제약업체는 의약품에 포함된 비의도적인 불순물 발생에 대해 불만이 많다. 사전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유럽만큼 선제적이지는 않지만 식약처가 업체들의 이 같은 고민을 공감해 내년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된다.


식약처는 내년 연구 사업에 ‘의약품 중 비의도적 불순물 저감화 전략 마련을 위한 연구’를 포함시켰으며, 3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를 통해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 현장 상황을 반영한 발생 요인 및 가능성을 조사, 발생 가능한 의약품의 불순물 시험법 개발 등 선제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산·학·관 공동으로 불순물 저감화 전략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불순물 이슈가 불거져 회수 조치가 이뤄질 경우 해당 품목을 장기간 판매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이 크다”며 “비의도적인 불순물의 경우 업체 잘못이라기에는 억울한 부분이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 잇따라 발생되고 있는 의약품 불순물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불순물 발견이 제조 공정 및 유통 과정에서 실수 등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발견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 수준이 발전할수록 과거에는 문제가 없었던 불순물도 최근에는 시험 검사 기법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는 사례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는 의약품 불순물이 당연히 검출되서는 안 되지만, 새롭게 발견되는 불순물의 경우 업체에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품 회수나 판매 중지가 내려지면 고스란히 업체 피해로 오는 만큼 업체들도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대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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