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무분별한 진료로 환자 피해를 야기하는 인공신장실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있도록 ‘인공신장실 인증평가’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한신장학회 등은 만연한 불법 ‘사무장병원 인공신장실’ 등으로부터 만성신장질환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수 인공신장실 인증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인증평가는 ▲의료진 자격 및 경력 ▲환자안전 시설 ▲혈액투석 과정 ▲운영의 윤리성 및 의무 ▲ 의무기록 및 보고 등 5개 영역에 대한 현지실사로 이뤄진다.
행정조치 권한 없지만 철저한 질 관리 통해 '검증'
대한투석협회 정윤철 이사장(분당제생병원. 사진 上)은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법 의료기관 관리가 관건”이라면서 “인공신장실 인증제 시범사업의 경우 신장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당초 50%만 신청을 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정 이사장은 “첫 해에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면서 “다만,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확실히 믿고 다녀도 된다는 의미인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혈액 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투석전문의’와 경력 있는 인공신장실 간호사가 적정 수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지, 감염관리가 가능할 정도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갖췄는지 등은 중요한 사항이다.
정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혜택을 주기는 힘들지만 대신 질(質) 관리를 통해 인증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철저한 ‘검증’을 하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적인 이유로 일부 환자들은 아직도 비윤리적인 기관에 발길을 들여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다행히 상당 수 환자들은 이제는 인증패가 없는 경우 의구심을 가진다”면서 “앞으로 환자들에게 이러한 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은 의사들의 이익만을 위한 제도라는 느낌을 줘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정 이사장은 “의사들은 물론 환자한테도 득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나 정책 등이 수립될 수 있어야 하고 그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며 “이 점을 정부에서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 등의 권한인 자율징계권이 없다는 대목이다.
김성남 부회장[사진 下]은 “변호사협회처럼 자율징계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하지만 정부가 어떤 처벌이나 경제적인 제재를 진행할 때 현실적인 근거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회장은 “사무장병원 등 실제 사례를 전해 듣다 보면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다”며 “인공신장실 인증제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더 확대된다면 자율징계 이전에 가입 단계에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급여환자 혈액투색 정액수가제 고시 개정은 고무적"
이와 함께 투석협회의 계속적인 문제 제기로 지난 8월 의료급여 환자의 혈액투석 정액수가제 고시 일부가 개정된 측면은 고무적인 분위기다.
김 부회장은 "이번 고시 개정은 복지부가 지난 17년간 고민해 왔던 사안을 '사회적 배려' 의미에서 스스로 개선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에 비해 상대적인 차별을 감수해 왔던 환자들의 불편이 해소됐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그 동안 의도하지 않게 행정조치 대상이 돼 정신적, 물리적 고통을 받아왔던 일부 회원들의 고충이 해결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혈액투석 환자에게 투석진료 당일에 시행한 모든 검사와 약물에 대해 고정 수가를 적용하고 있는 의료급여 '정액수가'는 그 동안 물가 및 최저임금, 공공요금 등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17년간 단 1차례의 조정만 있었다.
때문에 고정된 수가만큼으로 의약품 선택의 제한 등 진료의 수준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관련 전문의들은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촉구해 왔다.
김성남 부회장은 "실제 고정된 수가와는 무관하게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도 의료인 혹은 의료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시기가 됐다"며 이번 고시 개정을 계기로 정부에 지속적인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