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2년 이상 표류하다 근래 본격적인 심사를 거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사법특별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타당성 미흡'을 이유로 연속 보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15일, 금년 1월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연속 상정됐지만 "근거 제시가 미약하고 기대효과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오는 25일 예정된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들이 다시 올라 정부와 건보공단·복지부, 여야 위원 간 의견이 모아질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서영석·김종민 의원,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각각 발의한 총 4개의 건보공단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병합심사를 거칠 예정이었다.
이날 회의 주요 쟁점은 ▲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할 정도로 타당성이 있는지 ▲국민과 의료기관 권익 침해, 국민 편익제고 검토 ▲비공무원 사법경찰권 부여 타당성 등이었다.
소병철 제1법안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견이 있는 상황인데 지난 회의 때 건보공단의 설명이 아쉬웠다"며 건보공단 측에 추가 설명을 주문했다.
이에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불법 개설 기관으로 인해 발생한 건보재정 누수액이 3조4000억원에 이르고 적발한 것만 이 금액이기 때문에 적발하지 못한 사례를 더하면 더 큰 액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익 침해와 관련해서는 "공단 특사경 활동으로 일반 국민 권익침해 가능성은 크지 않고, 불법개설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한해 발생하는 문제다"며 "이마저 연 250건 정도기에 의료기관 권익침해도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비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타 민간기관 선례를 들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고도 피력했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노하우 공유를 위해 경찰수사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공단에 전직 수사관 출신 직원 8명과 변호사 17명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도 "오히려 사무장병원이 비도덕적 진료행위, 과잉진료도 많이 하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측면도 있다. 공단 특사경 인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고발 성과는 인정, 고발→기소 무산된 사례 분석은 어디에"
이러한 설명에도 근거를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위원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구체적인 설명과 우려를 덜어낼 만한 자료가 제출되길 기대했지만 지난번과 똑같은 설명을 내놓고 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이어 국민의힘 정점식 위원도 "그간의 고발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수사하는 게 더 낫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며 "고발했지만 기소되지 않은 사건들의 원인을 분석해 의원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했다.
소병철 위원장은 "국회도 정부가 추진하는 상황을 가급적이면 돕고 싶다"며 "다만 막강한 권한을 주는 제도이면서 반대하는 단체들이 있으니 의원실에 충분한 설명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입법 타당성은 입법조사기관도 공감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구랍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건보공단에 대해 민간특사경 운영 사례와 큰 차별을 둘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금융시장의 시세조작 등 불공정거래행위 범죄 ▲선박과 항공기 내 발생 범죄 ▲국립공원 내 경범죄 ▲교도소 내 발생 범죄 등 분야에서 비공무원이 특사경으로 활동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장소적 긴급성이라는 특징과 금융감독원처럼 전문적 영역에서 기능하는 성격을 고려할 때, 특사경의 정당성·필요성이 있다면 수사권을 반드시 공무원이 행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의료계 반대 의견을 반영, "특사경 수사직무를 개설 범죄로 한정하고, 직무교육 이수를 의무화한다면 의료계가 우려하는 수사권 남용 및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