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기초의학 수업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기초의학에 도전토록 할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인겸 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경북의대 교수)은 지난 16일 대한의학회가 서울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하는 춘계학술대회서 '기초의학 교육 발전과 의사과학자 양성'을 주제 발표하면서 “기초의학 수업이 줄어들어 의과대학생들이 의사과학자를 지망하는 동기 유발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인겸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 경로를 의과대학 졸업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밟는 유형1과, 의과대학 졸업 이후 임상에서 전문의 취득 이후 대학원에 입학하는 유형2로 나눠 설명했다.

김인겸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육성을 강조하는 의사과학자는 유형2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미충족 의료수요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 국내에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자인 유형1과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10년 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분석해보면 전형적인 유형1 출신이 많고, 작년 수상자 또한 의사 출신이 아닌 PhD 출신”이라며 “순수하게 기초연구만 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도 동시에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기초의학과목 평균 교육시간은 2020년 기준 기초의학 단독으로는 약 400시간, 실습시간 약 300시간을 합쳐 총 800시간 미만으로, 1200시간을 넘어서던 2012년~2014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김인겸 교수는 “경북의대는 기초의학 수업을 기존 본과 1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강의했는데, 2022년도부터는 본과 1학년 1학기에만 진행한다”며 “유형1 의사과학자는 의대 수업 중 기초의학수업을 들으며 동기가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출신 기초의학 교수진 역시 증가하지 않아 향후 10년 뒤에는 의사출신 기초의학 교수가 거의 사라질 위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초의학 평균 실험실습비가 2014년에는 학교별 1억6000만원 정도 책정됐는데, 의전원 도입 등으로 2020년은 5500만원으로 3분의 1이나 줄었다”고 덧붙였다.

"의사과학자 양성 위한 새로운 한국형 MD-PhD 과정 개발 필요"

김인겸 교수는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전원 과정에서 실패했던 MD-PhD를 다시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의학과 학,석,박사 통합 연계 과정 등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새로운 한국형 MD-PhD 육성 과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정원 외 입학으로 소수를 선발해 전면 장학금 지급 및 군 대체 복무 등 혜택을 제공하고 의과학, 공학, 자연과학 등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생들은 졸업 후 일정 기간 교육, 연구기관에만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옵션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과학자 기피 이유가 절대 '급여'만은 아니고 학생들 동기부여 핵심"

이날 학회에 참여한 기초의학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기초의학을 기피하는 이유를 두고 급여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아닌 동기부여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의사과학자를 더 많이 양성하기 위해 국내 의과대학은 30년 전부터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기초의학을 기피하는 이유를 급여라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나며 개원가 월급이 줄어들고 기초의학자 월급이 늘어나며 격차가 해소됐음에도 기피는 여전하다. 절대로 급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가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듯 과학자 역시 필드에서 3년 이상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며 “학부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자는 목표 자체가 불가능하다. 학사과정은 학생들에게 기초의학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고 연구를 하고 싶게 만들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신기 연세의대 교수도 “의대에서 기초의학을 아무리 많이 가르쳐도 학생들은 실제 의사과학자로 살아가고 있는 선배나 교수들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으면 절대 의사과학자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MZ세대 학생들은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태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과학자 양성 위해 현 의사과학자 삶에 대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후학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수민 기자 (min0426@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