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전문의약품 성분을 숯가루와 섞어 가짜 당뇨약을 만들어 판매한 한의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보건범죄 단속에 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약품 제조등)과 약사법 위반 등으로 원심에서 A씨에 선고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벌금 36억4000만원을 확정졌다.
A씨는 제1심에서 선고받은 양형이 너무 부거워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기각했으며 상고 역시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한의사 A씨는 2009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중국에서 '메트포르민(Metformin)'·'글리벤클라미드(Glibenclamide)' 등 전문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 원료를 불법으로 수입해 원료 ·식품 재료로 사용이 금지된 숯가루 등을 섞어 가짜 한방 당뇨환 3399kg을 제조했다.
A씨는 전문의약품과 숯가루를 섞은 가짜 약을 순수 한약 당뇨병 치료제라며 12년간 1만3000여 명의 당뇨병 환자와 한의원 등에 판매해서 38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환자에 대해서는 진단도 하지 않고 택배로 약을 배송하기도 했다.
A씨는 "당뇨환 제조가 환자를 진맥한 후 처방하는 '예비조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행위라며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예비조제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양형이 무겁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처방 없이 전문적 제조시설을 이용해 대량으로 당뇨환을 만든 이상 이 행위는 약사법상의 의약품 '조제'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라며 "A씨의 주장처럼 예비조제에 해당할 여지도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비조제는 앞으로 확실하게 예상되는 처방에 대응하고자 병원의 장래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 사전처방에 따라 미리 준비해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A씨는 사전처방 없이 당뇨환을 대량으로 생산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A씨가 당뇨환을 만든 행위는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도 의약품 '조제' 규정에서 허용되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처방없이 전문제조시설을 이용해 대량으로 의약품인 당뇨환을 제조한 것은 한의사의 적법한 업무 범위 내에 있는 의약품 조제라고 볼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한의원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혈당검사 및 건강상태에 대해 상담하고 전화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생활습관이나 건강상태에 대해 상담한 후 구매고객의 건강상태와 체질에 맞는 당뇨 치료제를 지어서 보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미 단계별로 강도를 달리해 만들어 둔 당뇨환을 고객의 건강상태에 따라 복용량만을 정해 그대로 판매했을 뿐 고객 체질이나 특성에 따라 재료를 가감하거나 변경하지 않았다”며 “실제 판매가 사전처방에 상응하는 대상 환자별로 다르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A씨 주장만으로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