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진 전공의협, 진료보조인력(PA) 현실과 원칙
집행부, 원론적 입장 견지 vs “지방병원 등 현실 미고려시 자칫 독(毒) 될수도'
2021.11.29 09:0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의료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진료보조인력(PA)’을 두고 젊은의사들 의견이 엇갈리며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PA 업무범위를 두고 보수적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대전협 입장과 달리, 대의원들 사이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좀 더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는 지난 27일 서울시의사회 회관 5층 강당에서 제25기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총회는 ▲제24기 사업보고 및 결산심의 ▲제24기 감사보고 ▲비상대책위원회 사업보고 및 결산심의 ▲제25기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 ▲제25기 부회장 및 상임이사 인준 ▲유관단체 파견이사 구성 ▲비상대책위원회 사업계획 및 예산심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교체에 관한 건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선출 ▲진료보조인력 업무범위 및 향후 대응에 관한 안건 토의 ▲기타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대의원회 인준을 받은 제25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진에는 부회장에 이지후 서울의대 내과 전공의, 강민구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전공의가 자리했으며, 이사진은 조재진 총무이사(삼육서울병원 안과) 외 7명이 활동하게 됐다.
 
우선,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PA 대응 방향성에 있어 최우선은 환자 안전”이라고 강조하며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대전협은 업무범위 설정과 관련해서 환자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며 ”비용이나 다른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의료행위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 상당수는 현실을 고려해 ‘PA’ 인력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총회에 참석한 한 전공의 대의원은 “이미 수많은 국내 대형병원은 PA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규모는 최소 3000명에서 많게는 1만명까지 보고되고 있다”며 “PA인력이 없다면 전공의가 아예 없거나 1~2명인 지방병원 같은 경우는 대책 마련이 어려워 독(毒)이 될 수 있다.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공의 대의원 역시 “의사 권익을 위해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최대한 의사만 할 수 있는 행위들로 규정돼야 한다는데 위험한 생각으로 보인다”며 “자칫하면 의사 입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너무 보수적인 입장만을 고집하면 뒷감당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협, 총파업 ‘백서 제작’…“은폐된 진실 규명해 전공의 사회 통합할 것”
 
또한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지난해 젊은의사 총파업 관련 의료계 단체행동 백서 제작에 대한 사업계획 및 예산 안건이 상정됐다.
 
대전협은 “단체행동 이후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비판, 펌훼, 왜곡하는 분열이 있다”며 “단체행동 진상에 대해 조사해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전공의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올바른 역사를 세움으로써 단체행동이 의료계역사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도록 하고자 한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대전협은 전문위원 선정 및 백서제작위원회를 통해 총예산 8600만원을 들여 내년 7월 완성 및 이사회 승인을 목표로 백서제작을 추진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아픈 역사로 남아 있는 만큼 또 다른 분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는 “당시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다고 얘기하기엔 각자 입장이 너무 첨예하게 달랐고 틀린 의견은 없었다”며 “대전협이 하나의 책자를 제작하는 것이 또 다른 갈등 조장 도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개개인 진술에 의존해 만들어야 하는데 위험부담이 큰 것 같다”며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연주 현 수련이사(총파업 당시 대전협 부회장)는 “당시 소통의 부재가 전공의 내부적으로도 분란을 일으킨 것 같다”면서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동시에 집행부의 한계나 왜 이런과정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었는지 일반회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백서제작은 대의원 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 의결됐다.
 
한편,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김일호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전공의 복지와 권익향상 및 전공의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쓰거나 동료 전공의를 위해 헌신한 전공의 또는 관계 인사에게 수여하는 김일호상은 후보자 추천 결과 서연주 가톨릭대학교여의도성모병원 내과 전공의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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