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이 차세대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의료사업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병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병원계는 최근 나인트리컨벤션에서 개최된 KHC ‘국제의료에 관한 법률 정책포럼’에서 기존의 의료법과는 별개로 의료산업 지원‧육성과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담은 독립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의료사업법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의료영리화 우려 등의 반대에 부딪혀 처리가 늦어지고 있고 연내 처리가 안 될 경우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외국인 환자 유치, 병원의 해외진출은 높아진 한국의료 위상을 발판으로 더 큰 도약을 해야 할 사업이지만 더 이상 진전 없이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며 “불합리한 규제 개선과 의료기관 육성‧지원을 담고 있는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병원들은 기존 의료법 내에서 의료산업을 구속하면 외국인환자 유치 및 의료서비스 수출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안상윤 교수는 “의료법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법안이기 때문에 국제의료와 관련한 부분을 커버하지 못한다”며 “우리도 병원 하나 고를 때는 여러 조건을 따지는데 외국인 환자들 역시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법안도 없는 국가의 병원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행 의료법 하에서 병원들은 홍보 및 광고 제약, 외국인환자 유치 수수료 문제, 진료비 투명성 문제, 비영리법인 이윤추구 금지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병원들은 광고 제약 때문에 정작 관광객이 많은 면세점이나 공항, 항구 등에 외국어로 표기 광고를 못하며 유치업자에게 진료비의 50~60%까지 통용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국, 싱가포르 등 의료관광 선진국과 비교해도 의료법인이 호텔과 쇼핑몰 등을 소유 및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비영리법인 이윤추구가 금지돼 있어 서비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의료산업 촉진 내용 법안에 담아야”
적극적인 법안 마련을 통해 현재 국민들 사이 논란이 되는 의료영리화 등의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종병원 박진식 원장은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다보니 해외환자 유치나 해외진출을 하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된다”며 “메디텔과 같은 사업을 하려해도 주변에서는 ‘좋은 병원인줄 알았는데 왜 그런 사업을 하느냐’는 시선이 돌아온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병원들은 신뢰도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들 수밖에 없다”며 “법률제정 과정을 통해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대 형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출에 병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는 내용이 법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차의과대학교 지영건 교수는 “무엇보다 법안이 기대효과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있던 의료법 일부조항을 별도로 옮기는 수준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후다닥 법 하나 만들고 보자는 방식이 아니라 실실적인 문제점을 다루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식 원장 역시 “법안 통과만을 목표로 하다보면 불법브로커 근절 등 규제 중점의 내용들만 담기고 실질적인 의료산업 촉진 내용은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며 “조속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토대로 법안 내용도 고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