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힘겹게 버티던 외과의사들도 무너질것'
이동윤 회장 '포괄수가제 시행 후 문제 생기면 의사 책임으로 떠넘겨'
2012.06.11 20:00 댓글쓰기

"맹장처럼 개별적인 환자 특성을 무시하다가 그 어떠한 결과가 초래됐을 때 책임은 누가 지나. 그렇잖아도 외과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을 찾기 힘든 지경이다. 입원실도 그래서 다 문닫았지 않나. 그나마 버티던 외과의들도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의료계가 백내장 수술에 이어 맹장, 제왕절개 수술 등에 대해서도 포기하겠다고 천명, 일부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일선 현장의 개원의들은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이동윤 회장(이동윤외과의원)[사진]은 올 7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으로 안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과 함께 직격탄을 맞게될 것이라며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과 외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안과 개원의사회 회장 등은 지난 12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안과의사회의 백내장 수술 거부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안과의사회는 이미 포괄수과제가 시행되는 내달 1일부터 일주일간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윤 회장은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든 밀어붙이려고 하겠지만 향후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가라면 환자들의 병원 이용은 줄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비싼 대형병원들의 진료비를 낮추기 위한 정책도 추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이 제도가 시범사업으로 시행될 당시 외과의 경우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로 맹장(급성충수염) 수술은 이 제도에서 제외시켜 주거나 질병의 특성상 중증질환으로 분류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이동윤 회장은 "하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했고 외과는 더욱 황폐화 되고, 휴폐업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외과 간판도 붙이지 못하고 진료 중인 곳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충수염을 예를 들어보자.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동윤 회장은 "그런데 이를 정해진 규격 하에 하라고 하는 것은 할 수도 없을뿐더러 정상적으로 진료하기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면서 "물론 정부에서는 단계를 나눠놓았다고는 하지만 형식적"이라고 성토했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으로 악순환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전공의 모집 현황은 바로미터다.

 

이동윤 회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 않나. 결국 제도가 시행된 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환자들도 의사 책임, 정부도 의사 책임이라고 떠넘길 것이 분명하다"며 "일단 한번 제도가 시행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의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정부와 국민 모두 이익만 아는, 결론적으로는 의사 단체를 직역이기주의로 몰고가 의료계의 책임으로 떠넘길 것이 자명하다"면서 "의약분업이 그랬다. 결국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졌나"라고 맹비난했다.

 

현장에서 외과의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이동윤 회장은 "맹장 수술을 하려면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해야 하는데 초빙료는 보험료로 정해져 있다"며 "인건비 등 의원급에서는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데 누가 입원실을 운영겠나"라고 호소했다.

 

투자 비용을 보전하기는 커녕 물리적인 비용이 더 들어가다 보니 의원급 외과에서는 계속해서 비만, 피부 등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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