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을 비롯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등 소위 빅5병원들의 종합검진 프로그램에 불필요한 검사항목이 다수 포함돼 수검자들에게 시간과 돈만 낭비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교수팀(가정의학과)은 이들 '빅5' 및 국립암센터의 종합검진 항목(기준시점, 작년 5월)을 미국 암협회, 가정의학회, 심장학회, 당뇨병학회의 권고안과 우리나라의 평생건강관리, 5대암 검진 권고안을 바탕으로 비교·분석, 가정의학회지에 기고했다.
이 교수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6개 병원의 종합검진 항목에 종양표지자, 복부 초음파, 심전도, 매독 등 의학 관련단체에서 부적절하다고 밝힌 검사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에 종합검진을 받은 환자들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검사를 받느라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괜한 불안감에 휩싸일 소지를 낳고 있다.
가정의학회가 펴낸 평생건강관리지침과 비교할 때도 20~30 항목의 암 검진 가운데 10~15 항목이 불필요한 검사였다.
만성질환 검진의 경우도 25~30 항목 가운데 7~8개는 불필요했고, 4~5개 가량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암 검진의 경우, 알파페토프로틴 검사·복부초음파(간암), 종양표지자 CEA(대장암), 전선량CT(폐암), CA125·질초음파(난소암), CA19-9·복부초음파·복부CT(췌장암), 갑상선초음파(갑상선암) 등이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검사들로 나타났다.
특화된 검진 프로그램에도 부적절한 검사 항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들어 컴퓨터 단층촬영, 각종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 혈관촬영술,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 등의 검사는 의사의 진찰과 기초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 하는 검진 항목들로, 1차 검진 항목으로는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값도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또 개인 특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거의 비슷한 검진을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개인의 나이, 성별, 직업, 흡연 여부 등의 주요 위험요인에 따라 질병 발생 위험도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간병원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도 문제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검진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건강검진 항목에 고콜레스테롤혈증, 골다공증 등의 증가로 중년층에게 필요한 콜레스테롤(HDL)과 골밀도 검사는 빠진 반면, ‘휴식시 심전도 검사’와 같은 불필요한 검사가 들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팀은 "이 같은 선별검사 항목들은 의학적으로 진단효과가 적거나 건강한 사람에게 불필요한 것들"이라며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종합건강검진 항목이 검사를 받는 사람의 특성이 아니라, 경제력과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게 문제”라며 “획일적인 검사 항목을 적용하기보다 문진과 진찰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의학적 근거를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 병원들의 종합검진 비용은 일반적인 상품이 대략 60~70만원 수준이지만, 100만원대와 많게는 300만원짜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