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직원들 간에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진행된 7년간의 법정 공방이 결국 공단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지난 22일 서울고법 민사38부는 건보공단 전현직 직원들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3년 당시 3급 이하 직원들은 공단이 복지포인트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시간외 및 휴일근무수당이 일부 미지급됐다며 84억원의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명절효도비, 맞춤형 복지포인트 등 3가지를 포함하고 이를 기준으로 시간외 근로수당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공단은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가 아니며 입사 시기에 따른 일률성이 없는 점, 사용항목이 제한적이고 금전청구를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또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산정하면 공단의 인건비 예산이 과다하게 늘어나 건강보험료가 인상되고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로 공단이 59억을 지급하라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상여금은 통상임금과 같이 정기성과 일률성을 갖췄지만 복지포인트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도 아니며 복리후생적 금품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은 모두 항소심에 나섰다. 직원들은 복지포인트 또한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공단은 상여금과 복지포인트 모두 임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때부터 ‘복지포인트’가 소송의 쟁점이 됐다. 2017년 항소심에서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상여금 뿐만 아니라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복지포인트가 바로 돈으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서는 안 되며 매년 일괄적으로 기본 부여된 측면을 봤을 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단이 지급해야 할 임금도 더욱 늘었다.
이 같은 판결은 2019년 대법원에서 또 뒤집혔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이 복지포인트의 임금상승 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고등법원에 공단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금품이 계속적으로 지급된다 해도 근로의 대상이 아니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로자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율적으로 복지혜택을 받는 제도 하에서 복지포인트를 배정한 경우 이는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다시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으로 복지포인트와 명절효도비 등 고정성이 없는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공단은 1심에서 산정된 59억8000만원 및 재판 기간 동안 지불하지 않았던 64억2000만원을 합해 총 124억을 지급하게 됐다.
공단은 더 이상의 상고 없이 소송 절차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미 비슷한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소송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상고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 기간 동안 쟁점이었던 복지포인트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통해 통상임금임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가적인 소송을 진행할 경우 지급해야 할 임금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소송 종료와 함께 임금 지급 절차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