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만성‧중증질환자의 고액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본인부담 상한제’를 빌미로 민간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삭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간 지급한 의료비(비급여 등 제외) 중 소득분위에 따른 개인별 본인부단금 상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을 공단에서 되돌려주는 제도로 지난 2004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민간 보험사들은 본인부담 상한제를 보장하지 않는 사항에 포함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해당 약관이 제정되기 전에 이뤄진 계약에까지 소급 적용했다.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금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환자들은 이 같은 보험사의 행위가 국가가 소득분위에 따라 약소자의 경제생활권을 보장한다는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에 사는 여성 A씨는 2019년 상반기 의료비 100여만원을 실비보험사에 청구했으나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보험사가 이 여성이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금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0여만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청구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B보험사의 경우는 본인부담 상환제로 추후에 환급금을 받게되면 상한액을 초과해 지급받은 보험금을 환급하는 각서를 제출할 것을 가입자에게 종용하고 있다. C씨는 여전히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해 B보험사와 분쟁 중이다.
이 같은 보험사와 환자간 갈등을 놓고 지난 2017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측 손을 들어줬다.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 상한액 초과액을 공단으로부터 환급 받는다면 요양급여 본인부담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약관취지에 비춰 환급금 부분은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에서 약관을 통해 본인부담 상한액을 면책사항으로 규정하는 것은 단순히 제도 도입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점 외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계약자 간 보험금이 계약자 소득이나 국가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불합리하며 민사적 보험계약은 동일한 위험에 대해 동일한 보장을 해야함에도 소득 등에 따라 차별적인 결과가 도출되므로 보험 계약자 평등 대우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금에 대한 보험사 횡포로 보험가입자인 암환자들은 무엇 때문에 보험료를 수십년간 내면서 실손보험을 유지했는지 후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건당국은 하루빨리 법을 정비하고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실손보험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