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치료체 및 백신 개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최한 '2020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에서 "포스터 코로나 시대 바이오 뉴노멀"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한국의 방역 시스템은 세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진단기법 및 시약 공급으로 감염병을 조기 진단하고, IT기술이 관련 정보를 공유토록 해 감염병 예방에 기여했다.
정부는 확진자의 위험도에 따라 의료기관을 운영해 사망자수와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작았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전까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매니징(managing) 게임에서 K-방역 시스템은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서정진 회장은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전까지는 정부의 모범적 방역과 국민들의 자발적 동참이 필수"라며 "이런 환경 아래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협력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 1상에 진입했는데, 이달 말부터 임상 2상과 3상이 진행되길 바란다"며 "임상 2상에서 탁월한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하면 연말 쯤에는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늦어도 내년 5월이면 임상 3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국내 필요 수량만큼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이달부터 대규모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국내는 중증환자수가 해외에 비해 많지 않아 공급량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으며, 4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항체를 발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최총 후보군을 확정했다.
이후 지난달 충남대병원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 임상 1상 시험에 착수해 투약을 마쳤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감염병 예방에는 전바이러스 백신(whole virus vaccine)이 효과가 높지만, 이 백신의 경우 치료제 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현재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재조합 백신과 같은 브릿지 형태의 백신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 회장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재조합 백신은 일종의 브릿지 형태 백신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중화항체 형성 확률이 50%를 넘기 힘들어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건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라며 "초기에 항체치료제나 혈장치료제를 투여하는 게 가장 좋은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선두로 항체치료제와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 앞서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도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서정진 회장은 "해외서 개발 중인 단백질 재조합 백신의 경우 셀트리온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국내 위탁생산(CMO) 거점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연말쯤엔 앞서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면서도 안정적인 생산기지를 가진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산량 부족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 항체치료제 생산의 15%를 보유하고, 셀트리온은 그중 6~7%를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비축 생산을 시작해 임상시험이 끝나는 대도 바로 투여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