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줄어드는 병원들…하투(夏鬪) 양상 변하나
使 '노조도 경영 고충 인지' vs 勞 '힘들다는거 전면 수용 아냐'
2013.07.25 20:00 댓글쓰기

매년 7월이면 병원 사용자와 보건의료노조의 하투(夏鬪)가 예고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시기는 곧 협상과 결렬을 반복하면서 노조가 총파업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하투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올해도 병원들을 뜨겁게 달궜던 수년 전의 여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투쟁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이유로 노조 역시 병원 '살림'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일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복수의 보건의료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교섭 방향은 전체 산별교섭 형식은 갖추되 상견례 이후 각 지부별 교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병원마다 수입과 지출 등 경영 상태에 대한 노사 간 시각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30일 서울 소재 A대학병원 노무팀 관계자는 "예년의 노사 협상 양상을 보면 병원 사용자 입장에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요즘 협상을 진행해보면 노조의 투쟁 전선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위축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B대학병원 노사협력팀 관계자도 "빅5 병원도 수익 보전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에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투쟁 동력이 예년보다 약해진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파업은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타격이다. 현재 임금, 교대근무를 포함한 근무 환경 등을 원만하게 마무리하자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의 경우에는 KTX 개통 및 환자 수도권 쏠림 현상 심화까지 겹치며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수년 전부터 노사 협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 소재 C대학병원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지방병원은 사정이 녹록치 않은데 환자들의 수도권 소재 병원행은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 같은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그는 "지방 소재 병원들은 수익을 보전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상 무리를 감행하며 임금 인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경영 실적 바로미터 빅5도 '요양급여비 점유율 하락'

 

그도 그럴 것이 전국 대학병원의 경영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자체적으로 의료기관 수입과 지출 등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아 경영 수지가 크게 악화됐다.


조사 대상은 상급종합병원 19개, 종합병원 54개, 병원 7개 등 총 80개로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8조8118억원을 벌어 들이고 8조832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대 등 빅5 병원의 요양급여비 점유율 ‘하락’은 병원계가 처한 전반적인 어려움의 바로미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2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47조8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서울대, 서울아산병원 등 빅5 의료기관이 가져간 요양급여비용은 상급종합병원의 약 35.7%, 전체 의료기관의 7.7%를 차지해 2011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2011년 빅5 병원 요양급여비 점유율은 상급종합병원의 37.2%, 전체 의료기관의 8.1%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5 병원은 몸집을 꾸준히 키워왔다.


사실 빅5 병원이 차지하는 요양급여비는 2005년 이후 계속 증가했다. 2005년 8409억원에서 2006년 1조685억원, 2007년 1조2803억원, 2008년 1조4070억원, 2009년 1조6436억원, 2010년 1조9791억원이었다.


2011년은 2조971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은 2조975억원으로 4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전체 의료기관 대비 점유율을 살펴보면 2005년 6.5%에서 2006년 7.1%, 2007년 7.3%, 2008년 7.5%, 2009년 7.7%, 2010년 8.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2011년 8.1%, 2012년 7.7%로 소폭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노조, 파업 시 여론 악화 부담 등 복합적 요인 작용

 

여기에 정치적 파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부쩍 늘어난 데다 병원 특성상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의 뭇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소재 B대학원 노사협력팀 관계자는 "매스컴을 통해 노조 역시 병원 경영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올해는 산별교섭 10년차에 접어드는 해여서 보건의료노조가 과도기 아닌 과도기를 겪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의료원 살림이 힘들다는 것은 노조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 보면 사측의 어려움을 특별히 고려하고 있다거나 파업 동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다만, 병원 파업 시 여론 악화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풍경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총수익과 지출, 인건비 비중을 사측에서는 호소하지만 노조측에서는 의료원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사용자측 주장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단장은 전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주호 단장은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대학병원들의 경영 상태가 어려워진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기본적으로 병원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 등 권리를 지켜주기에 역부족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립대병원의 이 같은 주장에 더욱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사립대병원을 제외한 민간중소병원, 지방의료원, 특수 목적 공공병원은 올해 산별교섭에 나서고 있다"며 "사실상 이들 특성이야말로 노사 모두 경영 악화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노사 모두 머리를 맞대기 위해 산별교섭에 임하면서 함께 난관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만약 사립대병원이 경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라면 올해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 협상 테이블에 진정성을 가지고 나서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 힘을 모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협상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이 양자 택일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 단장은 "지난해 이화의료원 장기 파업 사태 등에서 확인됐듯 노조 의견을 무시한 채 강공 작전을 펼치며 극단으로 치닫거나 아니면 노조와 손을 잡고 경영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거나 하는 등 두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다다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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