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1963년 개원한 국내 대표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휴원에 들어가면서 향후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제일병원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입원 진료를 중단했으며 이후 근근이 이어오던 외래진료까지 포기하면서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다.
제일병원은 최근 환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병원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진료 및 검사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오니 이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전원의뢰서 및 재증명 서류가 필요하신 고객님께서는 내원해달라"고 보냈다.
홈페이지에도 '제일병원 고객님께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병원 사정 상 진료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병원은 증명서 발급을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로 붐빌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병원은 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적절한 매각 대상자를 찾고 협상을 추진해왔다. 지난 9월에는 동국대학교가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12월에는 인수의향자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인수의향자와 제일병원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병원 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그렸지만 이마저 무산됐다. 당시 협상안에 따르면 인수자는 병원 회상을 위해 200억원을 2회에 거쳐 투자하기로 했다.
더불어 직원들의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지난 5월부터 삭감된 급여는 분할해 지급될 예정이며, 12월 급여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내 이행을 약속한 양해각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인수의향자 MOU 체결 당시 이행하기로 했던 자금 투입을 하지 않으면서 병원은 계속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 처했다"며 "불확실한 약속을 기다리기엔 내부 상황이 너무 악화돼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은 경영난 악화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인건비 삭감에 나서면서 노조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병원 경영진이 컨설팅에 자문한 결과 임금 삭감 등의 제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제일병원은 지난 7월에는 직원 임금의 40~50% 정도만 지급했고 9월에 접어들면서 그마저도 어려워져 20~30%만 지불됐다.
한 병원 직원은 "9월에 40~50만원 정도밖에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병원을 나간 직원들도 퇴직금을 정산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퇴직금을 포함해 대금 지급이 미뤄져 병원에 압류가 들어온 상태"라고 말했다.
병원 노조 측은 이 같은 경영진의 결정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섰지만, 이미 기울어진 배를 일으키는 일은 불가능했다.
노조와 경영진은 이사장 사퇴, 체불임금 지급, 새로운 인수자 물색 등에 합의하며 파업을 풀었지만, 병원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장기간 임금 체불이 지속되자 행정직원을 비롯 간호사, 의사들마저 병원을 하나둘씩 떠났다.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각자도생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제일병원 한 의료진은 "의사들을 비롯해 이직을 할 사람은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났다"며 "남은 사람들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새 직장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제일병원에서 아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휴원기간 동안에도 인수자가 없으면 병원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병원 관계자는 "휴원 기간 동안에도 인수자를 찾는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마땅한 인수처를 찾지 못하게 되면 법정관리 수순을 밟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제일병원 이사장을 상대로 100억원대 배임 혐의에 대해 소환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