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이 개원보다 많은 저출산의 현실에서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워 살아가는 산부인과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더 이상 지탄을 받을 이유가 없다.”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한다는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둘러싸고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회원들을 상대로 ‘전면 중단’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의사회는 14일 “임신 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입법미비 법안으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의료법 시행령, 규칙 개정 입법예고안을 통해 불법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시켜 이를 위반하는 의료인에 대해 12개월 이내 자격정지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의사회는 “현재 형법 제269조, 제270조의 낙태죄 처벌 규정과 예외적 허용 사유로 규정된 입법미비의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을 근거로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
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준법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 11일 ‘불법 낙태를 한 의료인 자격정지 기간을 9월 입법예고안 12개월보다 대폭 줄여 1개월’로 하는 내용의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수정안을 내놨다.
행정처분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 한해 부과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재 낙태죄로 재판을 받는 경우 과거와 달리 형법에 따라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기 때문에 행정처분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고유예의 경우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자격정지 1개월이나 집행유예는 의사 면허취소에 해당한다.
특히 “비도덕이라는 명칭을 ‘비윤리’로 바꾼다 하더라도 이번 논란이 이뤄지기 전과 비교해 달라진 내용이 없
다”며 지적했다.
의사회는 “임신 중절수술을 포함, 정부에서 제시한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처분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며 위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여전히 묵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도덕적 혹은 비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면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세상의 어떤 법으로도 처벌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1973년 개정된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중절수술 허용 사유조차 현재의 의학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문제점, 즉 의학적 견지에서 유전학적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나 풍진처럼 18주 이후에는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전염
성 질환에 대해 인공 임신중절수술 허용사유로 삼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는 게 골자다.
같은 맥락에서 현행 모자보건법상 태아가 무뇌아 같은 기형이라도 인공 임신중절수술의 허용기준이 없다는 것
은 입법미비로 보고 있다.
의사회는 “기형아를 유발할 모체의 전염성 감염은 인공 임신중절수술 허용 사유지만, 생존 불가능한 기형아로 확인된 태아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허용하지 않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그러면서 임신 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의사회는 “단지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과 관련 모자보건법은 현실과 동떨어져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입법미비 법안으로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하는 것은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의사회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함에도 결국 인공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해 종전과 같이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위헌 및 위법적인 발상”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아울러 “이제 비도덕적인 진료행위 즉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한다는 인공 임신중절수술의 전면 중단에 대한 회
원 의견 수렴의 절차를 밟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