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고령화라는 커다란 숙제와 건강보험의 전면 급여화라는 체질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진찰료를 어떤 방식으로 수가에 녹여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심화되고 있다.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진찰료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는 반드시 풀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다.
진찰료는 의료계와 정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일련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진찰료 인상 없이는 진료하기 어렵다. 수가 정상화의 첫 단계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규정했다.
최 회장은 진찰료 30% 인상을 요청하고 있으며 1월 말까지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듣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 대답은 아직 답보상태지만 진찰료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관한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의협의 주장처럼 진찰료를 올려야 일차의료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건사회연구원에 ‘제3차 상대가치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연구책임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을 의뢰했고 최근 관련 내용이 공개됐다.
역시나 쟁점은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시 진찰료를 어떤 방식을 통해 설정할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의료전달체계 상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진찰료를 재평가하고 보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를 위해 3가지 안(案)이 도출됐고 이를 수가체계에 어떻게 구현할지 등의 내용도 공개됐다.
일차의료 활성화=진찰료 인상 근거
먼저 진찰료 1안은 ‘기본 상대가치+정책 상대가치’ 방식이다.
기본 상대가치는 의사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 고려해 정해지는 기존의 방식이다. 여기에 전달체계 합리화 등 정책적 개선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지급되는 정책가산을 붙여 진찰료를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과 건강증진 목적의 행위와 연결된 진찰 등을 반영해서 수가를 올려야 급속한 고령화 및 저성장 대비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정책가산의 한계로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됐다.
진찰료 2안은 현재 구도처럼 정책적으로 결정하되 미국식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은 진찰을 모든 행위의 출발로 정해놓고 가장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의사 업무량의 50%를 진찰에 투입해야 한다는 규범적 정의를 내렸다. 상대가치 개편 때마다 나머지 행위를 우선 측정한 후 동일한 규모를 진찰료 상대가치로 매긴다.
진찰 중요성 강조되고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기반 조성이 가능하지만 상대가치 개념과 불일치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마지막 3안은 부문 간 균형 확보 방식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강조했던 균등 마진론과 비슷한 형태의 수가보상 체계를 뜻한다.
상대가치 6개 유형이 원가보상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술 및 처치, 검사(영상, 검체, 기능), 기본진료로 구분해 부문 간 원가 대비 보상 수준이 동일한 수준이 되도록 조정해 진찰료를 설정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균동 마진과 보상에 대한 원가 근거가 아직 부족하고 투입될 재정이 예상보다 막대할 것이라는 단점이 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본, 독일, 대만, 호주, 미국 등 국가에서는 기본진찰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진찰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원 소모량 기반 상대가치 개념에 부합하지 못한 기본진료료 상대가치가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찰은 의료행위 기본이자 핵심적인 요소로 의사의 무형적인 사고와 판단이 요구되는 전문적인 영역이나, 임상현장에서 진찰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진찰료 상대가치 개선안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