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진찰료 30% 인상 거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협상태세를 거두고 파업도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의협은 1일 의료계의 진찰료 30% 인상안에 대해 사실상 불가 방침을 밝힌 보건복지부에 강한 유감을 밝혔다.
최근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진찰료 인상과 처방료 부활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며 사실상 불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1일 정식 회신을 통해 진찰료 인상이 어렵다는 복지부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의협은 “복지부의 이번 답변은 저수가 체제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에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사들의 열망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이자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전국 시도의사회장을 비롯한 전(全) 직역단체장들이 참여하는 긴급 확대연석회의를 개최해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방향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대통령의 수가적정화 약속도 져버리는 복지부 행태로 의정관계도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협상으로 전환했던 의협, 투쟁동력 있을까
문제는 의협이 지난해 9월 문재인케어에 대한 대정부 기조를 투쟁이 아닌 협상으로 바꿨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고 강조해오던 의협 최대집 회장이 지난해 9월 의정 합의를 통해 투쟁이 아닌 협상으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의정 합의의 내용은 건보 보장성 정책을 필수의료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의정 합의를 기점으로 의협은 ‘급진적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이라는 표현도 수정하며, 정부와 협상에 임했다.
이에 그 전까지 최대집 회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끌어올린 의료계 투쟁동력도 답보상태에 놓인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번 진찰료 인상 거부를 계기로 의협이 다시 협상에서 투쟁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즉각 대응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진찰료 인상안이 거부될 줄 알고 있었음에도 의협은 제대로 된 준비를 못했다”며 “의협이 바로 투쟁할 수 있는 상황인가. 이미 투쟁동력은 상실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현재 의협은 투쟁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며 “앞으로 대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투쟁에 대한 로드맵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각 직역단체장들과 논의 후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진찰료 인상 거부에 대해 향후 로드맵은 분명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의료계 리더들과 논의를 거친 이후 구체적인 발표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