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진료중증도를 고려하지 않은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 진료현장에 적용이 어려운 신설 수가의 경우, 인정 기준에 대한 완화가 절실하다."
정부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과 선택진료·상급병실료 개편에 따라 국민 의료비 부담이 낮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선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이 지난 7일 서울아산병원 박성욱 원장 등 의료진과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정 장관은 의료진과의 간담회에 앞서 병실 등을 돌아보고 환자들을 만나 정책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봤다.[사진]
이날 의사 출신이라고 운을 뗀 정진엽 장관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에게 국내 최대 병원으로서 국가정책에 적극 협조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의료진들은 선택진료제, 상급병실료 제도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정진엽 장관은 "그 동안 정부가 많은 보건의료정책을 펼쳐왔지만 큰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였다"며 "서울아산병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 장관은 "올해 특히 여러 정책적 변화가 두드러졌다"며 "다방면에서 협조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방문과 관련해서 그는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고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병원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함"이라며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사태를 언급하며 병문안 문화 개선 및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는 뜻도 피력했다.
정 장관은 "병원 문화 개선 선포식을 진행한 만큼 앞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가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되겠지만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대형병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들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큰 일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 현실과 괴리…선택진료의사에서 벗어난 의료진→전문진료의사 전환 검토"
하지만 박승일 기획조정실장(흉부외과)은 '병원 현황 및 의료정책효과 분석' 보고를 통해 3대 비급여 및 4대 중증질환 정책 일부가 현실과 다소 괴리감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의 선택진료 의사 수는(2015년 9월 현재) 자격의사 449명 중 300명이 지정돼 있다.
상급병실은 70%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3인실 12병상과 2인실 712병상 중 315병상을 일반병실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박승일 실장은 선택진료 의사 수 조정과 관련, "선택진료의사 비율이 1/3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면 남은 선택진료의사의 전문진료의사로의 전환 정책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정책에 따라 탈락되는 기존 선택진료의사의 사기 저하를 우려해서다. 동일 경력의 의료진이 '선택', '비선택'으로 구분돼 의료진 내 위화감 발생은 사실상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문진료의사 가산금의 50%가 환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이어 박 실장은 "2016년 예정돼 있는 선택진료의사 33% 축소 비율을 0%로 낮추되 수가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여기에 일반병상으로 운영하는 2~3인실 입원료는 한시 적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현재는 2년 한시 적용이지만 2017년 8월 이전까지 2~3인실을 4인실로 변경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증도가 반영되지 않은 채 올 7월부터 근치유방보존술 수가가 근치절제술(217만174원)에서 단순전절절제술+액와감시림프절절제술(136만8980원)로 조정되면서 건당 80만원 삭감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실장은 "저평가된 기본수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입원료, 진찰료 등 적정 수가 책정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을 비롯해 이상도 진료부원장, 김병식 교육부원장, 박승일 기획조정실장, 이제환 진료지원실장을 비롯해 김인재 아산사회복지재단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복지부에서는 정 장관과 함께 강도태 건강보험정책국장, 손영래 보험급여과장 등이 함께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