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연수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의료진만해도 1000여명에 달한다”며 “췌장이식은 한국에 의료기술을 전수한 미네소타대학병원을 뛰어넘었다.”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의료의 ‘표준’이 되고 있다.
박성욱 원장[사진]은 구랍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미네소타에서 의료기술을 배웠던 한국은 이제 의료강국이 됐다”며 “지난해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의사만 1000여명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1955년부터 7년간 1000만달러를 들여 220여 한국인 공·농·의학도를 미국에서 공부시킨 프로그램이었다. 2차 대전 후 개도국 교육 원조 사업 중 최대 규모였으며 가장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의료진은 77명. 이들은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하루 두세 시간 쪽잠을 자며 학업에 몰입했다. 임상강사(펠로) 역할을 하며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미국 의사들과 함께회진도 같이 돌았다.
홍창의 전 서울대병원 병원장(92), 고(故) 이상돈 전 중앙대 의무부총장, 한국 바이러스 연구의 대가인 이호왕 박사(86) 등이 프로젝트 주역이었다.
60여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국서 선진 의술을 익힌 70여 의사 중 세 명만 빼고 미국에 남으라는 제안을 뒤로한 채 모두 고국으로 돌아왔다.
서울대의대 권이혁 교수도 미네소타 연수생 출신이다. 그들이 의학교육을 바꾸고, 인턴·레지던트 교육제도를 만들고, 전문의 체계를 발전시켜 한국 의료 발전 기틀을 세웠다
박성욱 원장은 “초기에 핵심적인 리딩 그룹을 키웠고 이들이 배운 시스템이 전국으로 확산됐다”며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전후 공적 개발 원조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원장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위암, 간이식 등의 분야에선 선진국 의료진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며 “미국 피츠버그대, 테네시대 등의 의료진이 수술 기술을 배우러 한국에 왔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美미네소타의대 역사적 협약
“간이식 연수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의료진도 1000여명에 이른다”며 “췌장이식은 한국에 의료기술을 전수한 미네소타대학병원을 뛰어넘었다.”
박 원장은 “한국 의료기술이 세계적으로 신뢰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아산병원의 췌장이식 환자 1년 생존율은 98%로 1966년 췌장이식을 처음 시작한 미네소타대학병원(97%)보다 높다.
서울아산병원은 수년째 9대 암수술과 주요 장기이식 수술, 심장질환을 비롯한 30대 질환 수술 건수에서 독보적인 국내 1위다. 연간 6만여 건의 고난도 수술·치료를 시행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중증 환자들의 4차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원장은 “간, 심장, 신장, 췌장 등 장기이식 수술은 서울아산병원이 세계를 이끄는 분야”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뿐만 아니다. 복강경 위암수술 5000건, 유방암 2만건, 대장암 2만건, 신장이식 4000건, 생체 간이식 3700건 등 각종 고난도 수술 건수와 성공률은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견줘도 대등한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암 수술 경험은 2012년 1만7267건, 2013년 1만7467건, 2014년 1만8508건으로 469병상 규모에 수술 건수 1만1370건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나 631병상 규모에 수술 건수 8656건의 MD앤더슨 암센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박성욱 원장은 “심장이식 수술 건수는 국내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생체 간이식, 2 대 1 간이식,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등은 세계 최다 건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미네소타 의사들도 후세대…이젠 우리가 미네소타 역할 수행”
이러한 노력의 결실일까. 그 가운데 지난 11월 20일, 또 하나의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이 미네소타의대와 장기이식과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60년이 흐른 지금, 한국 의료가 미국 등 선진국과 아시아 의료를 가르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박 원장으로서도 감회가 새롭다.
이미 서울아산병원은 ‘성체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기술’을 비롯한 6개 분야의 보건복지부 선정 연구중심병원으로서 최근에는 일본 동경여자대학과 재생의학 분야에 관한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환자 맞춤형 재생의학을 실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은 지난 10월 줄기세포센터를 개소했다. 줄기세포는 신체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해 손상된 조직재생 등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어 이번 센터 개소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 및 도약에 큰 디딤돌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원장은 “미네소타의대는 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기초의학 연구와 치료 기술을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 기술과 접목해 인공장기 개발과 조직재생 등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네소타대학병원은 세계 최초로 췌장이식과 골수이식에 성공하는 등 미국의 장기이식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 협약식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협약식에는 이승규 아산의료원장,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 송재관 울산의대학장,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오연목 줄기세포센터장 등이 참석했고 미네소타의대를 대표해서는 브룩스 잭슨 회장과 제이컵 톨라 줄기세포센터장, 티모시 프루트 장기이식 과장, 존 레이크 간이식 실장, 헹크 임 미네소타주 통상부 한국대표 등이 참석했다.
당시 스승과 제자로 의료기술 전수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던 주인공들은 진료 일선에서 물러났고 제자인 새로운 세대들이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박 원장은 “협약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전 프로그램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미네소타의대에서 참석한 의료진들이 예전 미네소타 프로젝트에 대해 신기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세월은 흘렀고 세대교체로 많은 것은 변했다. 1955년 한국 의사들이 미국 정부의 의학연수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서양의학을 공부한 지 불과 반세기만에 실력으로 글로벌 의료의 중심에 선 것이다.
하지만 그 정신만큼은 지금도 여전하다.
박 원장은 “60년 전 한국 의료진에게 의료기술을 가르쳤던 미네소타 의과대학에서 한국으로 배우러 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의료기술이 미국과 견줄 정도로 발전했다는 의미다. 미네소타 의과대학의 줄기세포 연구 노하우와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술이 융합되면 이 분야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양적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술을 아시아 저개발국가에 전수하는 ‘Asan in Asia’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박 원장은 “몽골과 베트남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의료기술 전수를 요청해와 2011년과 2012년 각각 현지 의료진과 공동으로 첫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2015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