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예비자살군 '산후우울증 여성' 방치
중앙대병원, 분만 전후 우울증 협진·상담 관리 프로그램 운영
2014.12.17 10:24 댓글쓰기

최근 한 30대 주부가 두살배기 막내딸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 질식사하게 한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딸을 살해한 원인이 '산후우울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5년 전 첫째 아들을 출산한 후 우울증을 앓았던 그녀는 남편을 닮은 딸이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대학교병원은 17일 "산후우울증에 대한 인지도는 과거에 비해 커졌으나 실제 산모의 우울증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과 함께 "임산부에 대한 체계적인 산전·산후 우울증 검사·관리 및 치료 프로그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241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산모 약 43만 6600명 가운데 최소 10%가 산후우울증이라고 가정할 때, 불과 0.6%만이 진료를 받고 현실적으로 대부분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후우울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아이의 정서, 행동, 인지 발달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족 관계에도 악영향을 준다.


방치될 경우 피해망상, 과다행동 등 심각한 정신병으로 이어져 자살 등 극한의 상황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정신적 장애이다.


이에 중앙대병원은 산후우울증의 체계적인 관리 및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년과가 연계해 ‘분만 전후 협진 상담을 통한 산모의 산후우울증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모성 사망 중 산후 출혈이나 고혈압 질환에 의한 부분은 감소하는 추세인데 반해, 자살로 인한 모성사망소식은 늘어나고 있다"며 “임산부에게 산부인과 진료 단계에서부터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 및 정서, 환경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은 내원하는 산모를 대상으로 산전, 분만직후(퇴원 전), 분만 2주후 및 6주후로 나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서 총 4차례 우울척도(CES-D), 불안척도(STAL-S,T), 에딘버러산후우울척도(EPDS)를 살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산후우울증 발병 가능성을 진단해 우울증으로 진단된 산모의 경우, 조기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전문의 상담도 병행한다.  
 
중앙대병원이 최근 6개월 간 내원 산모 중 검사에 동의한 산모를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시행한 결과, 출산 직전 우울증상을 보인 산모가 29.4%였고 그중 14.7%는 심각한 우울감을 호소했다.


분만 후 산후우울증 선별검사 결과, 분만 2주 후에는 40%의 산모가, 분만 6주 후에는 32.4%가 상담이 필요한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분만 2주 후 및 6주 후 각각 22.1%와 11.8%에 달했다.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산모들 중 약 50%는 임신 중이나 임신 이전에 이미 우울 증세를 경험하였음을 감안할 때, 분만 후는 물론 임신 중 산모의 우울증 정도를 선별검사해 산후우울증을 예측하고 조기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산후우울증 자가 진단법(에딘버러 산후우울 간이검사)
 1. 우스운 것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웃을 일이 없다
 2. 어떤 일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이 별로 없다
 3. 일이 잘못되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탓해왔다
 4. 별 이유 없이 불안해지거나 걱정이 된다
 5. 별 이유 없이 겁먹나 공포에 휩싸인다
 6. 처리할 일들이 쌓여만 있다.
 7. 너무나 불안한 기분이 들어 잠을 잘못잔다
 8. 슬프거나 비참한 느낌이 들었다
 9. 너무나 불행한 기분이 들어 울었다
 10. 나 자신을 해치는 생각이 들었다.


* 위의 10가지 항목 중 지난 7일 동안의 기분에 해당되는 항목에 0-3점으로 답하여 합산한 결과, 9점 이상이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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