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애병원 더부살이 관동의대생들
응급실 지하서 교육 등 참담…장례식장 옆 건물 공사중
2013.02.17 20:00 댓글쓰기

[르포]참담했다. 부실교육 논란의 소지는 충분했다. 부속병원 없는 설움이 이런 것일까? 앰블런스가 수시로 드나드는 응급실 지하.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은 바로 그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2013학년도 새학기 개강 2주째인 지난 15일. 관동의대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광명성애병원을 찾았다. 의과대학 강의가 처음이려니와 갑작스런 준비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 나왔다. 물론 이곳은 아직 교육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 학습장. "의대생 교육에 전혀 문제 없다"는 학교의 호언은 여실히 빗나가 있었다.

 

 

광명성애병원 직원들은 병원에서 의과대학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가 다반사였다. 강의실 위치를 묻는 질문에 도리어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어렵사리 찾은 강의실. 옆으로는 ‘덜컹 덜컹’ 소음이 계속되는 철재 주차장과 위에는 병원에서 가장 분주한 응급실이 위치해 있었다.

 

누가봐도 학과수업을 받기에 적절치 못한 장소였다. 그나마 강의실 찾기도 만만치 않았다. 환자가 중심인 병원에서 객식구인 의대생들에게 할당된 공간은 협소했다.

 

안내판은 A4 용지로 프린트 된게 전부였고, 지하 강의실 진입 계단에는 ‘수업중이니 정숙을 요한다’는 안내문 하나가 붙어 있었다.

 

 

본과 2학년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시간. 간호사 서넛이 전혀 수업을 의식하지 않은 듯 큰소리로 웃으며 강의실 앞을 지나갔다. 작업 인부들도 아랑곳 않고 대화를 나눴다.

 

취재진이 강의실 앞에서 머물렀던 1시간 여 동안 병원 관계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그들에게 학생들 수업은 결코 신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현재 관동의대 학생들에게 주어진 강의실은 이 곳 하나. 그렇다면 전체 개강이 이뤄지면 학생들은 어디에서 수업을 받을까?

 

물어 물어 학교와 병원이 준비하고 있다는 또 다른 교육장소를 찾았다. 충격의 강도는 이 곳이 더했다. 병원 뒤편 장례식장 바로 옆 건물이 새로운 교육장소였다.

 

밤낮으로 문상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검은 상복 차림의 상주들이 오가는 바로 그 장례식장 옆에서 의대생 교육이 예정돼 있었다.

 

이 건물을 사용하던 행정부서 등은 이미 집기를 모두 비웠지만, 아직 강의를 위한 공사는 이뤄지지 않는 상태였다. 내부 확인을 시도했지만 모든 층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당장 18일 전체 개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학생들 역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다시 찾은 지하 강의실. 오후 5시 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하굣길에 나서고 있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에 잔뜩 움츠린 자세로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이동했다.

 

다만 여느 학생들의 하굣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강의실을 나선 학생들 대다수가 대로변에 다시금 모여 들었다.

 

학생들이 강의실 밖에서 다시금 모인 이유는 바로 셔틀버스 때문. ‘프리즘병원에서 수업을 받을 예정이니 그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라’는 학교 측 얘기 때문에 현재 학생 대부분은 인천 계양구 인근에 숙소를 마련해 놓은 상태.

 

 

하지만 교육장소가 갑작스레 광명성애병원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등하교에 애로가 발생했다. 학교 측은 부랴부랴 셔틀을 마련했고, 현재 학생들은 이 버스를 이용해 숙소와 강의실을 오가고 있다.

 

5시 10분. 관동대학교 로고가 아닌 ‘00관광’이라고 적힌 전세버스 한 대가 광명성애병원 정문 앞에 서자 추위 속에 기다리던 학생들은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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