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학교 의과대학 폐과 추진 결정에 의료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부실 운영되고 있는 의과대학에 대한 첫 경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7일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에 대해 폐과를 추진하되, 서울행정법원의 감사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1심 판결 이후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의과대학 인증 평가기구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고려의대)은 “이번 교육부의 결정은 옳은 일이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도 “늦긴 했지만 올바른 결정이다. 줄기차게 부실 의대를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관련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보건의료인이 양성되기까지 교육기관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재차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교육부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서남의대가 단기간 내 의학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수진이나 시설을 갖추기 어렵고, 교육과정 내용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왔다.
교육부 역시 임상실습 교육과정 관리나 운영이 심각하게 부당하며 더 이상의 회생은 어렵다고 판단, 폐과 추진 결단을 내렸다.
한 서남의대 학부모는 “폐과 결정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면서 “일반 대학은 관선이사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의대나 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이유 불문하고 학생들의 정상적인 교육권은 보장받아야 한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1심 판결 이후 조치…“재학ㆍ졸업생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다만, 서남학원에서 청구한 감사처분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기에 교육부의 의대 폐지 조치는 1심 판결 이후로 유예됐다.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는 소송 기간 동안 재학ㆍ졸업생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학ㆍ졸업생으로 구성된 서남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폐지라고 발표는 했지만 판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대학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당장 폐과가 되긴 어렵다. 소송이 얼마나 길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어 “어떻게 보면 사법부로 이번 사안의 결정권이 넘겨지게 된 꼴”이라며 “그러는 동안에 재학생들의 학습ㆍ교육권과 졸업생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한 최선의 보호책 마련을 강구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소송과 별도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대학설립ㆍ운영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으로, 부실의대 폐과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다.
더욱이 서남대의 경우 부속 남광병원의 수련기관 지정 취소 처분에 대해서도 법적 다툼을 벌였으나 패소 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전주예수병원이 임상실습 교육에 협력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교육부는 “법령 개정이 완료되면 이번 조치와 별도로 서남의대를 포함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의과대학에 대해 평가를 거쳐 학과를 폐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평원 안덕선 원장은 “외국의 경우 의과대학 인가 신청을 하면 평가기구 심사 등 철저한 과정을 거쳐 진행한다. 빨라야 6~7년”이라면서 “이번 법 개정 과정이 이러한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후속조치 주목…“혼란 최소화ㆍ방법 합의 신속”
교육부가 이처럼 서남의대 폐과라는 행정조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이상, 남은 후속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덕선 원장은 “향후 구체적인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관련 부처를 비롯 대학 등 여러 각도에서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처와 의료계는 방법상의 합의를 이루되 서남의대 재학ㆍ졸업생,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소외시켜서는 안 될 것이란 의견이다.
아주의대 허윤정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전 민주당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는 “다행스러운 것은 의료계가 부실의대 정리에 대한 이견이 없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재학생들의 교육권 보호 조처에 대한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허 교수는 이어 “이미 논의는 곳곳에서 시작됐다”며 “국회에서도 의료인력 양성 전반을 아우르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논의가 출발돼야 하며 의학교육계 등 의료계와 교육부, 보건복지부에서는 정원 처리와 같은 주요 문제를 학생들의 교육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