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과학자(醫科學者) 양성정책 필요'
선경 교수(고려대학교 의과대학)
2012.09.16 23:43 댓글쓰기

오랜 기간 사회보장 도구로만 치부돼 오던 ‘의료’가 이제 대한민국의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 동시에 국민들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제시되고 있다. 산업의 원천경쟁력은 연구개발에서 출발, 의료 또한 산업적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최근 국책연구비 지원 사업이 크게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특히 의료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교과부·복지부·지경부 3대 부처의 변화 노력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여성 의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특히 의료의 학문적 발전과 동시에 산업화 측면에서 여성 의과학자의 특정한 기여는 가능한 것인가. 또한 R&D 측면에서 여성 의과학자를 위한 공간과 지원은 충분한가. 더 나아가 여성 의과학자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 외에도 많은 화두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우선 국책연구비와 관련된 부분을 짚어보고자 한다. 

 

교육과학부 연구과제의 경우, 이공분야 기초연구 지원사업 중 일반연구자 지원사업에는 여성 과학자 육성사업이 있다. 당 사업은 이공(理工) 분야 여성과학자 육성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연간 4,500만원 이내에서 3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9년 자료에 따르면 일반연구자 지원사업은 모두 3268개 과제이다. 이 중 여성과학자 지원사업은 232개로 7.1%에 불과하며 과제 선정율은 29.0%로 약 3:1의 경쟁률을 보인다.

 

교과부는 2011년부터 여성과학자를 우대하기 위해 선정목표제를 도입하고, 출산 육아 휴직기간의 경우 과제 선정 시 연구 성과 평가대상 기간에서 제외하는 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선정목표제란 중견 연구자 지원사업에서 여성과학자의 진입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교과부는 신규과제 점유율을 2009년 7.1%, 2010년 8.6%에서 2011년 12%까지 높이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심사인 의과학 영역은 이공계 지원 7개 분야(공학, 생물과학, 전기정보, 융합과학, 화공소재, 수리과학, 기초의약학) 중 하나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교과부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의과학자 육성지원사업의 경우는 전문 임상경험과 연구력을 겸비한 신진 의과학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의과학자 과정을 이수하는 대학원생에게 장학금과 교육연구지원비를 지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력양성 사업과 기초 원천 연구는 교육과학부 R&D 고유영역에 속한다. 보건복지부 R&D의 미션은 중개임상연구를 통해 산업화로 가는 과정을 고속화시키는 데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여성의과학자의 활동은 보건복지부 국책연구 지원사업에서 점검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R&D 전문 관리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연구자 수는 총 7만954명이다(2012년 7월말 현재). 그 중 여성 연구자의 수는 28,982명으로 40.9%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보건복지부 지원과제 중 주관연구책임자가 여성 연구자인 비율은 지난 5년간(2008~2012년) 총 1,845 과제 중 380개이다. 20.6%의 비율이다. 금액 측면에서는 5년간 총 9189억원 중 653억원으로 7.1% 수준이다. 이는 위에 언급한 교과부의 여성과학자 지원사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국책연구개발사업 중 여성관련 R&D 주제는 저출산/불임질환 극복사업과 저출산 대응을 위한 가임력보존 네트워크 구축센터, 난임/불임 극복기술개발을 위한 중점연구, 고위험 임신/태아의 적정관리를 위한 중점연구 등이 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를 극복할 주체로서 여성의 건강은 국가의 경쟁력이고 미래로 정의된다. 사회는 여성들의 자아실현 욕구를 해소해 주어야 하고, 잠재된 능력의 실현을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경영학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기 위해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규모(critical mass)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론이 있다. 충분한 고려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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