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9.2 노정합의' 이행여부 촉각
공공병원 확충·공공의대 신설 이견…'간병비 급여화' 추진 주목
2022.07.18 05:48 댓글쓰기

지난해 9월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의 병원계 총파업을 앞두고 보건의료분야에서 이례적인 노동계와 정부 간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금년 정권이 교체되며 해당 합의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합의 이후 월 1회 정례 회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노정합의 주요 사안 중 하나인 전국 공공병원 확충에 반대를 표하고, 공공의대 신설 등 의료인력 확충 방안과 관련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9.2 노정합의 내용과 새 정부가 이끌어갈 보건의료정책 간 엇갈리거나 유사한 주요 사안을 짚어봤다.


지난해 9월 2일 새벽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는 11시간의 마라톤 교섭 끝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유행 2년차, 13회에 걸친 협상 끝에 탄생한 ‘노정합의’로 가까스로 이날 예고된 전국 136개 의료기관 총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와 노조는 크게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 개선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은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적 요구이자 국가 과제로 떠오르면서 합의에 급물살을 탔다. 


당시 권덕철 前 복지부 장관은 “13차례에 걸친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합의된 사항인 만큼 정부 역시 관계 부처·국회 등과 성실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로부터 약속을 받아낸 굵직한 성과를 이끌어낸 보건의료노조는 이후에도 복지부와 월 1회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여야 의원들과 만나 합의 이행 약속을 이끌어내며 구슬 꿰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합의를 무사히 이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주요정당 후보들이 내세우는 보건의료 공약이 모두 달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발표된 국정과제 또한 합의안과 일부 상충되는 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료 강화…“공공병원 확충” VS “민간병원 지원” 


지난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로 필수·공공의료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보건의료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선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강조했다. 이는 노정합의안과 다르지 않은 사안이나 구체적 실현 방식이 상반된다. 


노정합의안은 의료취약지 해소를 위해 전국 70개 중진료권 마다 1개 이상 책임의료기관을 조속히 지정해 운영하고 공공병원이 부족한 곳에 신설하는 것이었다.


반면 윤 정부의 정책은 공공의료기관 인프라를 늘리기 보다 민간 의료기관을 동원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공공정책 수가’와 ‘필수의료 국가책임 계획’이 그 예다. 


이 계획은 감염병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에 가산 수가를 지급해 핵심인력의 이탈을 막고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시설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는 기존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공공의료계 인사 및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과연 이게 공공의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공정책 수가가 아니라 민간 수가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윤석열 정부는 비수도권 소재 국립대병원·상급종합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실현키 위한 방안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민간병원의 공공병원 위탁운영, 분원 설치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정형준 위원장은 이어 “지금도 빅5 등 대형병원이 전국 환자를 모두 흡수하는데 향후 대형병원 간 경쟁과 대형화를 더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도 “임진왜란 직전 묵살된 ‘10만 양병설’을 알지 않느냐”며 “정규병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 용병을 써야지, 죽어가는 공공병원을 살리지 않고 민간병원을 키운다면 동일한 일이 계속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추진 묘연

 

보건의료노조와 이전 정부는 OECD국 평균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 정원 확대도 약속했었다. 


당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임을 고려하고 의정합의 및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역· 공공·필수분야에 적당한 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의사들의 진료환경과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공공의사인력을 양성하고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추진키로 했다. 


노조는 의료계 내 해묵은 사안인 공공의대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노조는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 공공의대 설립·국립대병원 의대 증원 확대·특수목적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의대 입학 정원을 60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간호인력과 관련해서는 “공중보건간호사 도입 등 활동 간호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당시 “OECD 수치와 별개로 보건의료 관련 인력 활용 방안과 인력 양성 계획을 구축하겠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밖에 그는 환자 대 간호사 비율 제도화,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등 인력 부문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간병비 등 의료비 부담 완화 공감대…추진 탄력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이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실패했다”며 의료비 부담 완화를 선언하면서 이와 관해서는 보건의료노조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정합의안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충 내용이 담겼다. 합의가 원만히 이행된다면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를 희망하는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을 오는 2026년까지 전면 확대한다. 


간병비 급여화는 이번 인수위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간호간병서비스 확대 연계 등 새 모델 마련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한 바 있는데, 금년 중증도 요양병원 환자 25%를 대상으로 66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간병비 급여화를 실시하고 점차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 환자 맞춤형 지원으로 급성기 환자 간병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300병상 이상 병원으로 확대, 요양병원 간병은 건강보험 급여화로 간병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노조는 대선 요구안을 통해 병원비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국가 평균 수준인 80%로 상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당시 “의료보장이 더 필요한 계층에 대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대한 바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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