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이 끝난 보건의료노조 '의·병협 교섭'
이슬비 기자
2022.08.03 05:10 댓글쓰기

[수첩] 과욕이었을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이 출범 24년 만에 최초로 시도한 의협, 병협 등 의료단체들과의 협상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를 상대로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처우 개선 등 9.2 노정합의를 이끌어냈던 보건노조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중소병원과 개원가 근로자들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의료단체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에 노조가 요청한 교섭은 7월 14일, 이어 7월 27일까지 2차례 모두 불발됐다.


두 차례나 교섭이 성립되지 않자 보건노조는 “의료단체가 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를 대고 있다”며 “사용자 단체로서 의무를 방기하는 태도”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 ‘사용자 단체’ 자격을 두고 노조와 의료계는 접점을 좁히지 못했다. 병협 측은 일찌감치 “사용자 단체로서의 권한이 없다”며 교섭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나머지 단체들도 “교섭단체가 아니다”, “노동관계에 관해 조정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와 상반되는 보건노조 논리는 이렇다. 우선 의협·치협·한의협 등은 해당 직역을 대표하는 법정단체다.


또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은 사용자이고, 이 법정단체들이 회원이자 사용자들의 이익과 권리를 대변하기 때문에 사용자 단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용자 단체 자격을 두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그렇다면 보건노조는 왜 의료단체들과의 교섭을 원하는 것일까?   


보건노조가 이달 4월부터 5월까지 중소 병·의원 노동자 40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모성보호법 위법 소지가 다수였다.


최저임금 위반, 임금명세서 및 근로계약서 미교부, 출산휴가 미보장,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미시행 등의 문제도 심각한 만큼 이를 전반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교섭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한 차례 교섭에 실패한 후 노조는 “의협 등이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취지를 설명하고,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와 중소 병·의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순자 위원장은 “이번 교섭은 임금 인상·인력 충원·노동조건 개선 등 세부사항에 대한 단체협약 취지가 아니다”며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전체 직군이 머리를 맞대 정부와 논의의 장을 펼치겠다는 구상이지만 마치 사용자와 노동자 간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자리로 비춰지면서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듯 보인다. 


처음부터 교섭이 아니라 토론 및 논의의 장(場)을 제안하면서 접근하면 어땠을 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앞서 1차 교섭 요청일이었던 7월 17일 보건노조가 서울 용산 소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을 찾아 교섭요구안 전달을 시도했지만 의협은 사무실 출입문을 끝까지 열어주지 않았다. 


문을 사이에 두고 양측은 15분 간 대치하며 신경전을 이어갔고, 노조는 분노하며 요구안을 전달하지 못한 채 회관을 빠져나왔다. 


출범 이래 최초의 시도는 분명 낯선 일이다. 의료계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사용자 단체가 아니다”는 자격 논의만 반복하며 대화를 차단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반목 상황만 장기화시켰다. 


결국 협상 테이블 맞은 편이 아니라 옆 자리에 앉아보자는 제안이었지만 이미 깊어진 오해를 보건노조가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주목된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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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직원 08.03 08:40
    ㅋㅋ진짜 로컬 병원, 의원들 개쓰레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