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없어지자 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行
진료대란 속 선택지 없는 소아환자들 발길 늘어…"반가움보다 안타까움"
2023.04.07 12:24 댓글쓰기



저출산과 저수가에 신음하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급기야 ‘폐과’를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전국적인 어린이 환자 진료대란이 타 진료과 반사이익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가속화되고 있는 소청과 붕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진료현장의 혼돈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221개소였던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2022년 2135개소로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무려 662개 소청과가 폐업했다.


물론 500여개 의원이 개업하면서 실제 감소수는 100곳이 조금 넘지만 상당수 소청과 원장들이 의료기관 문을 닫고 봉직의로 취직하거나 일반진료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


이는 개원이 활발한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에서 53개 소청과 의원이 폐업했다. 소청과 간판을 유지하되 일반진료 비중을 늘린 곳도 적잖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러한 추세라면 수년 안에 수백 곳의 소청과 의원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이제까지 100개 남짓의 소청과 의원이 사라졌을 뿐인데도 전국적인 소아 진료대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소청과 의원에서도 진료를 받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병·의원 오픈 시간 전부터 밖에서 대기하는 ‘오픈런’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소청과 진료 접근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인근 개원가로 발걸음을 옮기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진료받기 어려운 소청과 대신 접근성이 용이한 다른 진료과를 찾기 시작했다.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이 반사효과의 대표적 진료과들이다.


개원가에 따르면 소청과 의원이 문을 닫거나 진료 병목현상이 심화되는 소청과 인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의원들의 내원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부쩍 소아환자 수가 늘었다”며 “최근에는 오전에 내원한 환자 절반 이상이 어린이”라고 말했다.


경기 소재 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역시 “통상 환절기에만 급증하던 소아환자 수가 최근에는 시기와 무관하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근 소청과 폐업 영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진료과 개원의들은 갑작스런 환자 증가에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구 소재 가정의학과 원장은 “소청과 상황은 동료의사 입장에서도 마음이 아프다”며 “어린이 환자 증가를 마냥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최근 ‘소아청소년과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폐과를 예고했다.


그동안 저수가에도 진료량을 통해 적자를 메워왔지만 병원 유지 비용과 수익의 간극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부모님들과 국민들께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말씀이지만 더 이상은 아이 건강을 돌봐주지 못하게 됐다”며 “작별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의사회는 오는 5월 트레이닝센터를 개설해 회원들에게 일반진료 관련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소아진료가 아닌 생존을 위해 만성질환·미용·피부·통증 분야 진료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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