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상황 속 차기 의협회장 후보들 "정치력 강화"
선거 앞두고 첫 정견 발표회…"의대 2000명 증원 저지" 한목소리
2024.02.28 05:42 댓글쓰기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이 화두다. 후보자들은 이 두 가지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의협의 "정치적 역량 강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 설명회(정견 발표회)에서 5명의 후보자들은 비전과 각오를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는 후보자별 정견발표, 공통질문 순으로 진행됐으며 기호 순서 다음은 역순으로 발언했다. 정견 발표에서 각 후보자들은 중점적인 회무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박명하 후보(기호 1번):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 전공의가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의협은 비대위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저와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받아, 사법적 협박을 당하고 있다. 새로 선출된 회장은 3년간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검증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저는 반장부터 회장까지 역임한 후보로, 간호법 저지 등 성과를 냈다. 승리를 경험해 본 리더다. 전장에서 이긴 장수가 이기는 법을 안다. 정부가 의협을 패싱하지 않도록 정치력을 높이며 올바른 진료환경, 의권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단합된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


▶주수호 후보(기호 2번): 의료계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필수의료 폭망 패키지로 낙수효과를 발생시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정부는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며 위헌적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치러지는 42대 회장 선거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저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결단력과 회무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前) 의협 회장으로서 회무 경험이 있고, 2000년 의쟁투 당시 대변인을 맡았다. 이를 통해 강력한 정치력을 가진 의협으로, 신뢰받는 의사단체가 되도록 하겠다.


▶임현택 후보(기호 3번): 10년 전 저는 낚시를 하며 의원 운영을 했다. 의협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공단 현지조사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보건소 민원으로 경찰 고발을 당한 의사들을 도와주면서 의료계 일에 발 담그게 됐다. "경험도 없는 네가 얼마나 잘 하겠느냐"고 해서 세상에 나온 게 제 불행의 시작이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의협에 가 분과 회의에 참석하고 실망했다. 부당한 사안들을 논의한 결과가 "복지부와 얘길 잘 해보자"였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화하는데 의협은 그대로였다. 따라서 의협이 변해야 한다. 저와 함께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 앞장서겠다. 


▶박인숙 후보(기호 4번): 건국 이래 의사들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대학을 겁박하며 시행한 2000명 증원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독소조항으로 가득찬 필수의료 패키지가 등장했다. 의사들이 재물이 됐고, 국민들은 의사를 욕하고 있다. 나쁜 언론을 앞세운 정부가 의사를 집단 따돌림하고 있다. 사명감을 갖고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 의료 혼란이 사회 혼란으로 번지고 있다. 반지성, 반이성 마녀사냥을 준법 투쟁을 통해 인내심을 갖고 총선 후까지 버텨야 한다. 이 문제는 법으로, 정치로 풀어야 한다. 정치 사용법을 아는 제가 나서겠다. 


▶정운용 후보(기호 5번): 다양한 의사들과 만나 논의한 결과 현재 의료 문제는 역대 정부의 낮은 보건의료 분야 투자와 책임 방기에 있다고 판단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이 의료를 민영화, 산업화하며 그 과정에서 의사들은 이익을 쫒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의협은 의료개혁보단 수가 투쟁에 집중하며 권익단체로서 기능했다. 현재 수가체계와 의료전달체계 아래에서 의료제도는 지속 불가능하다. 주치의제를 비롯해 큰 틀에서 의료개혁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의사사회가 민주화된 전문가단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공통질문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①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에 대한 후보자의 원칙과 대응 방안, ②현행 수가 체계와 비급여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다 .


▶정운용 후보 ①그동안 일관되게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공적인 목적의 증원이 아니라면 반대한다. 지역의사제를 통해 공공의대를 세우든지, 공공병원 운영 등 공공의료 살리기를 위한 방안 없이 2000명을 늘리는 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좌초돼야 한다. 전공의와 의협 비대위가 주장하듯 의대 증원이 이뤄지면 의료비가 오르고, 모두가 고통에 빠진다. 


②의료계는 오랫동안 건정심 구조변화와 저수가 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쉽사리 안 바뀔 것이다. 수가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보다 낮지만, 평균적인 의사 수입은 해마다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료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단 것이다. 공공재인 의료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건보재정을 걷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재정 투자 없이 너무 오랫동안 운영돼 왔다. 


▶박인숙 후보 ①의대 증원은 물론 의대 신설도 막아야 한다. 제가 앞장서서 막겠다. 이를 위해 의협이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국회에 있던 제가 의협 회장 선거에 나온 것은 답답해서다. 20년간 지켜봤는데 머리 띠 두르고 국회의원과 사진만 찍고 아무런 수확이 없다. 저는 의협과 정부, 국민을 연결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전문성, 연속성, 지속성을 중심으로 의협 위상도 높여야 한다. 


②국회의원 당시 건정심 구조조정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8:8:8(공급자, 가입자, 공익대표)로 구성돼 있으나, 사실 22:3 구조로 보면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8:8(공급자, 가입자)로 하든지, 독일식으로 5:5:3(공급자, 가입자, 추천인)로 바꿔야 한다. 비급여 문제는 주객이 전도됐다. 혼합진료가 왜 생겼는지 모르나. 비급여 때리기가 아니라 정부 보조금을 늘려 파이를 키워야 한다. 


▶임현택 후보 ①일반 대학 입학 정원이 줄고 있다. 그런데 의대 증원은 늘고 의사 증가율도 오르고 있다. 그냥 둬도 과잉인데, 정치인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의대 정원을 일반 과만큼 감축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우주공항, 생명공학 등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타 분야 교육계와 연합해 공동전선을 펼쳐 의대 정원 감축을 관철할 것이다. 

 

②건정심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는 위해 위원들이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수가를 결정하는데 공급자와 무관한 단체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런 논리라면 의협도 현대자동차 임금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의사가 공무원도 아닌데 비급여를 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비급여 항목은 천만원으로 신고하되 실제로 그보다 낮은 진료비를 받는 방안도 불가능하지 않다.


▶주수호 후보 ①대한민국 의료 붕괴에 대한 인식은 동일하다. 그러나 의료계는 잘못된 의료제도가,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이 문제라고 본 것이다. 진단이 달라 처방이 다르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정답으로 내놓았다. 오진에 따른 처방은 환자를 죽이는 길이다. 타협을 위해 협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로서 이번 딜은 받아들을 수 없다. 원칙 사수 방안은 의료의 본질을 지킨다는 것이다.   


②정부가 짜놓은 프레임에서 사안마다 공격을 막기 급급한 게 우리의 현주소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공세를 전환해야 한다. 첫걸음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철폐다. 강제지정제 탓에 건정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원가 이하로 생존이 어려우니 비급여로 벌충해 먹고 살라고 묵인해왔다.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비급여를 정부가 잡겠다고 한다. 이런 정부는 사라져야 한다. 


▶박명하 후보 ①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대해 원점 재논의를 일관되게 주장하겠다. 현재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대호가 무너지면 성공할 수 없다. 제 원칙은 의협 비대위와 함께 단일대호를 유지하며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저지하는 것이다. 전공의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사직하며 저항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과 함께 목소리 내자. 


②수가 개혁 시스템에 대해선 억울한 측면이 많다. 정부가 제시한 재정 밴드 내에서 날밤을 새다가 협상안을 주던지 받던지 하다가, 패널티라도 안 받으면 다행인 구조다. SGR 모형 개선이 필요하다. 당선 시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5월 수가협상이 진행되니 바로 준비에 착수하겠다. 비급여 통제정책은 문제다.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난 사안이다. 계속 법률 대응 등을 통해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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