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주요 병원들이 경영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전공의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최근 8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긴급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공의 사직 사태로 병원들의 진료수입이 전년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협은 전공의 사직서 투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 동안 이들 병원의 전년대비 의료수입 및 병상가동률 현황을 비교했다.
조사결과, 이 기간 중 8개 병원 합계 의료수입은 1281억127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28억8433만원 보다 16.2% 줄었다.
1개 병원 당 평균 의료수입액은 191억1054만원에서 160억1409만원으로 300억 넘게 감소했다.
병상가동률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공의가 떠난 이후 이들 병원 병상가동률은 55.3%로, 지난해 78.8% 보다 무려 23.5% 줄었다.
문제는 전공의 사직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일선 병원들의 의료수입 및 병상가동률 감소폭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태 위중함과 전공의들 정서를 감안, 최대한 매출 관련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날로 불어나는 손실에 병원들도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매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다음 달 정상적인 급여 지급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부 병원의 경우 금융권 대출을 검토 중”이라며 “매출의 60%가 인건비로 나가는 병원 구조상 작금의 상황을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학병원의 중증·응급환자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총 401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키로 했지만 병원들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반응이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 200억원, 전문의 진찰료 및 응급‧중증수술 가산 각각 90억원 규모지만 100개가 넘는 병원들에게 나누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들은 사태가 길어질 경우 경영 정상화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는 만큼 애가 타는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며 “장기화될 경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다른 병원들과도 상황을 공유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드러내 놓고 경영난을 호소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