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서울 강서구 한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황당한 의료사고를 계기로 환자바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화두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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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 의사 A씨와 간호사 B씨는 지난달 7일 환자 신원을 착각해 임산부인 베트남 여성 C의 동의 없이 낙태 수술을 한 혐의로 입건됐다.
사산된 태아를 품고 있던 다른 환자와 차트가 바뀐 상태였지만 의사와 간호사 모두 C를 상대로 본인 확인 절차 없이 낙태 수술을 진행했다.
C는 해당 병원에서 임신 6주 진단을 받고 영양제 주사를 처방받기로 돼 있었다.
간호사 B씨는 분만실 침대에 누운 C씨에게 기본적인 환자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영양수액 대신 수면마취제를 투여했다.
이후 C씨가 잠이 든 이후 분만실을 찾은 의사 A씨도 환자확인 절차를 시행하지 않은 채 '계류 유산' 환자의 차트만 보고 그대로 낙태수술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 사건은 수면마취에서 깬 C씨가 하혈한 사실을 알고 병원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뱃속 태아가 낙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수술 전 가장 기본적인 환자확인 절차만 거쳤더라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황당한 의료사고지만 진료현장에서는 의외로 이러한 환자바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6년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의사의 실수로 위암환자는 갑상선을, 갑상선 환자는 위를 잘라내는 황당한 의료사고가 일어났다.
병원 측은 이들이 회복실에 있을 때 잘못 시술한 사실을 알고 이날 오후 다시 마취시킨 뒤 한꺼번에 복원 및 진짜 환부를 시술했다.
이 역시 마취 후 수술실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차트가 뒤바뀌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황당한 의료사고는 빅5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2005년에는 세브란스병원이 보내온 다른 환자의 유방암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대병원이 멀쩡한 환자 가슴을 절제한 사건도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임상병리사가 다른 유방암 환자의 조직에 해당 환자의 이름을 붙이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결과였다.
관련 소송에서는 서울대병원 담당의사에 대해 '불기소', 세브란스병원 담당의사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 후 지명수배'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최근에도 의료기관에서 환자 바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환자 확인 절차를 건너뛴 것이 원인이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따르면 확인 절차 누락으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82건으로 보고됐다.
가장 많이 발생한 사고는 투약오류(279건)였으며, 검사(168건), 입원수속 시 잘못 작성된 환자정보 등 기타오류(119건)가 뒤를 이었다.
또 처치(8건), 수술(4건), 수혈(4건) 등 중대한 사고도 적지않게 나타났다. 최근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상에 환자 정보 미확인으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를 경고하는 ‘주의경보’가 발령됐다.
주의경보에 따르면 A의료기관에서는 B형 혈액형을 가진 환자에게 AB형 혈액형을 잘못 수혈하는 의료사고가 일어났다. 확인 절차 누락으로 다른 환자에게 처방된 혈액을 잘못 수혈한 것이다.
또 B의료기관은 CT촬영 자료 복사를 요청한 환자에게 다른 환자의 CT촬영본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행히 타 병원의료진에 의해 오류가 발견돼 의료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술 직전 환자가 뒤바뀐 사실을 인지한 사건도 있었다. C의료기관에서는 수술을 앞두고 대기 중인 2명의 환자가 서로 수술방을 바꿔서 들어갔다.
해당 사례에서는 수술 직전 의료진이 환자에게 연결된 수액에 적힌 환자 정보를 보고 오류사실을 인지해 간신히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한국환자안전학회장 염호기 회장은 “환자 정보 확인은 국제환자안전지침의 첫번째 항목일 정도로 중요한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종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환자 바뀜 의료사고는 바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기본원칙을 건너뛰어서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