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법 하에 상대가치점수는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내시경 소독과 관련, 문제가 터지면 의료진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 내시경 세척 및 소독에 대한 수가는 '0원'임에도 말이다."
내시경 관련 전문의들이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상대가치점수 하에서 내시경 소독수가를 반영할 수 없다면 '소화기내시경 소독수가' 자체를 신설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소독수가 산정을 둘러싸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의료진들로썬 이 위기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특단의 대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10년 동안 묶여있는 내시경 수가, 정당한 대가 받아야"
최근 복지부는 심평원에서 제시한 내시경 1회 비용 6400원을 관행수가로 보고 6400원의 30%인 1900원을 내시경 소독수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2000원 이상의 소독수가 산정 요구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김용태 이사장[사진]은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춘계세미나에서 "새로운 재원을 확보해 별도 보상 형식을 취해서라도 세척 및 소독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일찌감치 내시경 세척 및 소독수가 논의 과정에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내시경 1회 세척 및 소독비용을 1만7860원으로 산출,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심평원은 의료진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모 대학병원을 한 곳을 현지실사 하고 내시경 1회 소독비용으로 6400원을 추산했다. 이는 학회에서 산출한 비용의 약35% 수준이다.
사실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내시경 세척 및 소독 작업은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총 세척 및 소독시간은 40분 이상 소용된다.
현재 상부소화관내시경 검사는 상대가치점수 599.66으로 의원급 4만4390원, 병원급 4만1770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소화기내시경 검사 상대가치점수에 소독비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 안전 담보 관행수가 개선 시급
김 이사장은 "수술할 때 사용하는 칼 등을 예로 들어 타 멸균소독과 대응되는 소독법으로 분류, 부서공통비용으로 결정하는 것은 소화기내시경의 세척 및 소독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관행수가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내시경 세척비용 보장 없이는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원가 이하라 더 이상 치료를 못 하겠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 같은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가능하면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정부와 조율해 나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 환자, 의사 간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며 “이를 위해 심평원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와도 접촉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소화기내시경 소독 실태를 두고 일부 병의원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내시경실 인증제 등 학회 차원에서 실사를 나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실사 과정에서 학회는 소독액을 언제 바꿨는지, 심지어 영수증까지 확인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조건을 만족하지만 설령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하더라도 곧바로 다시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수평점도 일일이 다 확인하고 있다"며 "이제는 10년 가까이 묶여 있었던 내시경 수가와 관련, 국민 건강 차원에서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겠다"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