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위장내시경학회 김용범 회장[사진]은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시경 소독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수가 정책을 비판하면서 "사실 소독 수가 산정은 지금도 늦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위내시경 수가에는 소독 관련 수가가 제외된 상태며 위험 요소 등이 반영된 수가도 전무하다.
김 회장은 "조직검사 겸자 사용에 있어 수가는 책정돼 있지 않은데 소독은 고준위 소독이나 멸균을 해야 한다면 병·의원에서는 한 건의 내시경 조직검사를 할 때마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내시경 겸자는 특성상 고압 멸균 소독 시 손상이 갈 수 있어 손잡이 등은 고준위 소독액에 장시간 담근다.
여기에 김 회장은 "최근 치료재료 수가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단체와 복지부도 동의하고 있는 포셉 수가 수준을 두고 건보공단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며 반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회장은 "여전히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포셉 원가 비용과 관리료 등을 반영, 지난달 1차 회의에서 포셉 수가로 2만2000원을 복지부에서 제시했는데 건보공단이 비토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정부 추산에 따르면 조직검사가 100만건에 이르는데 한 건당 2만원이라고 한다면 200억원 가량 투입된다. 1억원~2억원 아끼려고 하기 보다는 하루 빨리 수가를 책정, 환자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턱없이 낮은 내시경 수가로 일선 개원가의 고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이 들어가는 기계값은 차치하더라도 소모되는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위장내시경학회에 따르면 위내시경 1회당 물적, 인적 비용을 단순 계산해도 약 8만원이 소요되는 반면 현재 수가는 4만3500원으로 절반 수준인 셈이다.
학회는 "특히 내시경을 하루 평균 1~2건 하는 병의원은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며 "부속기 소독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가에 책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위내시경 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합병증 등 의료사고에 대한 비용도 산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심각하다.
의료사고에 상대적으로 노출돼 있다보니 일부 의사들은 "계속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김 회장은 "2015년에는 그 간 해결되지 못했던 부속기구들의 수가현실화부터 반영돼야할 모든 내시경과 관련된 어려운 점을 해결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 가운데 이날 학술대회에는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모습을 드러내 막판 '표심잡기'에 나섰다.
학회 추산에 따르면 참석자는 900여명으로 주말을 이용, 후보자들이 회원들에게 직접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내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임수흠 후보는 "초재진 통합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 과의 희생이 없을 것라는 전제 하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또한 일차의료 시범사업, 금연 교육 등 해결해야될 부분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표현했다.
추무진 후보는 "건강보험 저수가 등을 비롯해 진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특히 저수가, 초재진료, 노인정액제 문제 등은 반드시 회장에 당선되면 해결하겠다"고 피력했다.
조인성 후보는 "올해 처음으로 내과 전공의 확보가 미달됐다"고 환기시키며 "몰락까지는 아니지만 내과 위기는 의료계 전체 위기다. 게다가 원격의료까지 시행되면 환자는 반으로 감소한다. 원격의료는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용민 후보는 "타 후보들이 언급한 공약은 당연한 것이며 회장에 당선되면 행사에 참석해 사진이나 찍으며 얼굴 내미는 일은 안 하겠다"며 "본인은 열악한 의료환경을 후배들에게 절대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