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가협상을 앞두고 공급자단체들이 밴딩 폭 공개 등 개선된 프로세스를 요청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반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자가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0일 보건의료단체장들과의 내년도 수가협상 상견례에서 밴딩 폭 공개에 따른 ‘적정 수가’를 보장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생각은 달랐다. 큰 틀에서 공급자 상황을 이해하나, 이를 그대로 협상에 투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조재국 위원장은 “밴딩 폭 사전공개와 관련 공급자단체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미리 밴딩 폭을 공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협상과정에서도 밴딩 폭이 공개되면 보험자가 불리한 상황이 된다”고 언급했다.
보험자와 공급자가 각자의 논리를 치열하게 주장하는 방식의 협상인데, 핵심이 되는 카드를 먼저 꺼내 보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밴딩 폭은 단순히 수가협상만을 위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료 인상률, 보장성 강화에 소요되는 재정 등을 고려해 수치가 나온다”며 기존 원칙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2025년 건보재정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이를 수가인상에 반영하기에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번 수가협상도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난 협상과정과 동일한 형태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7조 재정 흑자는 가입자 몫으로 수가인상보다는 보장성 강화 측면서 활용돼야"
이날 재정운영위원회에 직장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경자 부위원장은 공급자의 이익을 위한 수가인상보다는 보장성 강화 등 가입자를 위해 재정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부위원장은 “17조원의 재정 흑자를 공급자 수가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 병원 문턱이 높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입자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OECD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으로 공급자가 아닌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가입자를 향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공급자단체는 열악한 현실을 토로하고 있지만 경영지표 등 실질적인 자료는 제출하지 않는다. 수가인상을 원한다면 이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