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 거듭한 수가협상, 전략·논리 실종
보험자↔공급자, 출발점 다른 시각 지속…31일 '결전의 날'
2016.05.28 07:10 댓글쓰기

약 2주간 진행된 1~3차 수가협상이 끝났다. 밴딩 폭은 상자 속에 갇혔고, 인상률 격차는 컸다. 1차 협상부터 인상률 간극을 좁히는 노력은 보험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제 오는 31일 최종 협상만을 남겨둔 상태다.


공급자, 풀지 못한 매듭


우선 공급자단체는 2017년 수가협상을 시작하면서 일방적 통보식 협상에 우려를 표했다. 밴딩 폭을 공개하고 진행하자는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을 제시조차 하지 않은 부분은 공급자 책임이다. 1년 살림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였지만 지난 2주간 공급자들의 치열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변화에 대한 진정성 부족이 지적되는 이유다. 1차 협상은 분위기 탐색, 2차 협상은 진료비 추이 등 통계지표에 대해 논했다. 3차에서는 인상폭 등 수치가 나왔지만 간극만 확인하고 마무리됐다.


같은 논의만 반복했다. 어렵다는 하소연은 상견례에서 마무리 짓고 협상은 협상답게 진행했다면 ‘결전의 날’ 간극 줄이가 더 수월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인상폭 격차를 줄이는 선제적 방안도 동시에 꺼냈어야 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모든 공급자단체는 “현실이 어렵다. 그런데 인상폭 간극이 크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진행되는 2017년 수가협상 현장

보험자, 밀봉한 숫자 지키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협상에 앞서 선을 그었다. 17조의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수가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설정하고 나니 “보험자도 어렵다”는 논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60년 장기 재정 전망’은 보험자의 방어선이 됐다. 건강보험은 7년 후인 202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25년에는 누적 수지도 적자에 이를 것이라는 자료다.


이 내용과 함께 고령화, 만성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돼야 할 재정이 막대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공급자의 하소연보다 보험자의 위기가 더 심각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험자는 개별 직역이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재정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 보험자는 ‘밴딩 폭’ 사전 공개 등 협상절차 개선 요구에도 입을 닫았다. 공급자단체는 ‘환산지수 연구 결과보고서’에도 현행 협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막상 협상에 들어서자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공급자가 먼저 재정을 유지할 만한 조건을 걸지 않으면 밴딩 변화에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이지 않는 ‘변수’ 인상폭은 ‘허수’  
 

“특정 직역에 4%가 오른다.”, “밴딩 폭이 작년과 동일하니, 오히려 마이너스일수도 있다.”, “미비하게 오른다.”
 

이번 수가협상 기간에 수시로 들려왔던 얘기들이다. 일부 과도한 수치도 거론됐지만 이 역시 꽉 막힌 협상 때문에 나오는 설(說)이었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뜻이다. 공급자단체들은 각각의 인상률을 놓고 치열한 눈치 경쟁을 벌였다. 
 

지난 5년 간 수가협상 결과는 ▲2012년 추가소요재정 5458억원·인상률 2.2% ▲2013년 6386억원·2.36% ▲2014년 6898억원·2.36% ▲2015년 6685억원· 2.2% ▲2016년 6503억원· 1.99%이었다.
 

2017년에는 어떤 숫자가 붙을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결전의 날을 앞두고 있다. 남은 단 하루, 공급자나 보험자 모두 철저한 논리를 앞세워 수 싸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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