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견은 없었다. ‘17조’에 달하는 건강보험 곳간 앞에서 보험료 인상은 무의미했다. ‘보험료 동결’은 2009년 이후 8년 만, 단일 건강보험 출범 이후로는 두 번째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험자, 가입자, 공급자 간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넘쳐나는 곳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 달랐다. 그럼에도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통상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40여 분만에 끝난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는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도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명제에 대한 공통된 수긍의 결과였다. 건정심에 참여했던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사진 左]과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사진 右]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음은 건정심 직후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좌] 이창준 과장 [우] 서인석 이사](/wys2/file_attach/2016/06/28/1467125390-90.jpg)
- 건정심 분위기는 어땠나
서인석 이사 : 보험자와 가입자, 공급자들의 생각이 같았다. 큰 이견 없이 마무리 됐다. 건강보험 재정에 여유가 있는 만큼 보험료는 동결하되 보장성은 강화하는 방안에 반기를 들 이유가 없었다.
- 간 초음파 급여 확대가 관심을 모은다
이창준 과장 : 그동안 4대 중증질환과 관련해서 간 초음파 급여화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급여를 적용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특히 간 초음파는 비급여 영역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보장성 강화에 포함시켰다.
-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제법 크다
이창준 과장 : 초음파 급여화는 상당히 포괄적으로 접근 중이다. 산전 초음파는 물론 간질환까지 다양하다. 그 만큼 급여권으로의 포함이 필요한 영역이다. 다만 수가 수준 및 횟수 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서인석 이사 : 초음파 급여화와 관련해 큰 가닥은 잡았다.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치면 ‘기승전’까지 진행됐다. 핵심은 마지막 ‘결(結)’이다. 진료과목이나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그 간극을 최소화시키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 관행수가 인정 폭은 어떻게 설정되나
이창준 과장 : 어려운 문제다. 의료기관 종별은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들 조차 비급여 초음파 가격이 천양지차다. 산전 초음파만 보더라도 예비엄마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의료기관 별 가격 차이에 대한 정보가 상당수 공유되고 있다.
서인석 이사 : 그러한 정보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의료기관 별로 가격 차이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중요한 부분은 수가 현실화다. 보장성 강화도 좋지만 제대로 된 수준에서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 최저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 의료 취약지 주민에 대한 보장성 강화도 눈에 띈다
이창준 과장 : 정책의 핵심은 의료취약지 특성을 감안한다는 점이다. 즉, 도심 대비 수요가 적은 취약지역 의료기관에게 확실한 비용보상을 해주는 개념이다. 수가 가산 방식이 적용될 것이다. 그렇다고 본인부담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서인석 이사 :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의료 취약지에 소재한 의료기관의 고충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수가 가산 대상과 범위, 수준 등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
-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예산 규모는
이창준 과장 : 1조35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가입자 측에서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저소득층 본인부담 상한액 줄이기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서인석 이사 :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급여화에 독소 조항이 있다면 제도의 좋은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필요한 보장성 확대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수준은 곤란하다. 제대로된 급여화가 필요하다.
- 의료계와의 논의 계획은
이창준 과장 : 최대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료계 요구를 전면 수용할 수는 없다. 최대한 접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서인석 이사 : 최후의 보루였던 초음파도 급여화로 전환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급여화에 적잖은 공을 들인다. 다만 일본은 필수의료에 대한 정상진료가 가능한 수준에서 급여화가 진행된다. 우리나라 역시 건강보험으로도 의료기관이 유지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 실손보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창준 과장 : 현재 TF를 꾸려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 측에 실손보험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보험상품 설계 과정에서부터 전문가인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 의료쇼핑, 과잉진료 등 실손보험으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