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돌고 돌았다. 원가에 턱없이 모자랐던 수면내시경(진정내시경) 급여화와 소독수가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전격 합의했다.
“물로 소독하란 얘기냐”라는 자조섞인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던 소독수가 역시 신설되면서 수가체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12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시경 관련 전문의들과 장시간 회의를 갖고 위 수면내시경은 5만원대 후반, 대장 수면내시경은 9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8만원대 후반 정도의 수가 조정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0’원이었던 소독수가 역시 새롭게 책정될 것이 유력시돼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도마 위에 올랐던 부실한 감염 관리도 개선될지 주목된다.
내시경 소독 비용의 경우, 원가 약1만9000원 중 단 한 푼도 보상 받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물이다. 다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소화기내시경학회 한 관계자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10여 년 전부터 외쳐왔던 내시경 수가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 간 협의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소화기내시경학회 또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와 심평원도 현실의 문제를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함께 대안을 마련해 왔다"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라 인정한다"며 이번 수가 조정과 관련한 소회를 밝혔다.
위장내시경학회 한 관계자도 “진일보한 성과”라면서 “수가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적용이 되면 상당 수 내시경 관련 전문의들이 일선 현장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동시에 할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50% 가량만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아쉬움이 남게 됐다.
이론대로라면 두 가지를 단일 행위로 보고 200%의 수가가 인정돼야 하는 것이 맞지만 팽팽한 입장차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독수가 신설로 관련 의료진들 '숨통'
소독수가 ‘신설’은 의료계 전체적인 입장에서도 더없는 성과다.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력, 재료대, 소요 시간 등 행위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철저한 원가 조사 등에 집중, 객관적 근거 자료 제출에 총력을 쏟았던 소화기내시경학회 및 위장내시경학회로서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실제 한 달에 30개 이하의 소독을 하는 의원급의 경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위장내시경학회 등은 개원가 전수조사를 토대로 소독액을 따로 책정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위장내시경학회 관계자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여기고 앞으로도 정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 의료진들의 진료권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측도 늦었지만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관계자는 “지난해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다나의원 사태에 이어 최근까지도 여러 사고가 발생하다보니 복지부 역시 대책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풀이했다.
그는 “다행이다.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내시경 수가 현실화를 줄기차게 촉구해 왔지만 끄떡하지 않았던 정부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과감한 투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내시경 수준(위암 내시경 절제 등)을 유지하고,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의료시스템을 후대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정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재료대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일회용 주사기 사용 등 전체적인 관리 감독을 통해 안전한 절차를 거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