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요양병원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재활의료기관 제도가 시작도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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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활의료 질(質) 담보’를 이유로 진입 문턱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서 재활의료기관으로의 전환을 준비해 온 대부분의 병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국내 회복기 재활의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이 제도권 진입에 난색을 표하면서 최악의 경우 반쪽짜리 제도로 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설명회를 통해 ‘제1기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계획’을 공개한 이후 일선 요양병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요양병원 참여가 사실상 봉쇄됐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국내 회복기 재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 재활 전문인력 분포를 살펴보면 재활의학과 전문의 39.9%, 작업치료사 49.3%, 물리치료사 36.1%가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재활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인력 절반 정도가 요양병원에 배치돼 있을 정도로 국내 회복기 재활의 절대비중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특히 이 중에서도 300병상 이상의 대형 요양병원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전문재활과 노인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는 약 90개 병원, 3만5000병상 정도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 요양병원들 조차 복지부가 제시한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공고일 기준으로 전년도 1년의 진료실적을 평가한다는 점에 거부감이 상당하다.
사전 지침도 없이 전년도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요양병원 입원환자군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비현실적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적어도 지정 후 6개월~1년 내에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활환자 비율이 전체 입원환자의 40%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 역시 반감이 크다.
물론 복지부는 ‘지정 후 1년 내 충족’이라는 유예를 부여했지만 요양병원들은 구성비율 자체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형 요양병원 분리 개설시 재활의료기관 입원환자군에 대해서만 평가해야 그나마 참여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300병상 이상의 대형 요양병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정부는 법률적으로 분리 개설을 통한 재활의료기관 제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병원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기존 요양병원 실적을 회복기 병원으로 승계할 경우 회복기 외 나머지 병상을 신규 요양병원으로 사전 분리해야 하므로 병상 이격거리 1.5m 유지에 따른 병상 감소로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형 요양병원 이사장은 “재활의료기관 전환 병상에 한해 기간과 환자 구성비 충족 여부를 평가하고 6개월~1년 내 병원으로 종별 전환되는 경우 지정서를 교부하면 된다”고 설파했다.
인력기준 역시 커다란 근심거리다. 정부는 재활의료기관 인력기준으로 환자 40명 당 재활의학과 전문의 1명, 환자 6명 당 간호사 1명을 제시했다.
병원계 일각에서는 이 인력기준을 그대로 적용시킬 경우 재활의학과 전문의 인력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재활의료기관 3만 병상을 가동하려면 총 750명의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요양병원 등에서 회복기 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의는 600명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 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전체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2000명 정도가 되지만 대학에 남거나 개원하는 경우가 적잖은 만큼 사실상 의료현장의 수요를 맞출 수 없는 구조다.
한 요양병원 원장은 “인력 수급에 상당한 애로가 예상된다”며 “일선 병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설정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장 확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300㎡ 당 1대이지만 재활의료기관으로 전환할 경우 150㎡ 당 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상당수 요양병원들이 이 기준에 발목을 잡혀 재활의료기관 전환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요양병원 이사장은 “재활의료기관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주차장 확보 문제에 걸려 불가능한 상태”라며 “복지부가 관련 부처와 협조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