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이하 건정심
)의 여성위원을 최소
40% 이상 위촉토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대해 모처럼 국회와 정부
, 의료계가 현실적으로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한목소리를 냈다
.
‘양성 평등’을 이유로 무리하게 여성위원 비율을 맞출 경우 건정심 전문성과 대표성이 약화돼 건강보험 정책 결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지난 2월 건강보험 정책 심의 과정에 여성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맞춰 건정심 여성위원을 최소 40%(현 건정심 위원 총 25명 중 10명 이상) 이상 위촉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 위촉직 위원은 원칙적으로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건정심은 추천단계에서 성별 안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을 위촉하는 단계에서는 ‘양성평등기본법’ 규정을 준수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 건정심 위원 구성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위원 비율이 6기(2016∼2018년)에는 16.7%(4명), 7기(2019∼2021년)에는 12.5%(3명)에 불과하다.
이수진 의원은 “건정심 위원 추천단계에서부터 성별 안분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건강보험정책 주요 심의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해 국회는 물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의사협회 등 건정심 참여 주체들 모두 난색을 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홍형선 수석전문위원은 “건정심은 건강보험정책 심의, 의결기구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성비 제한을 적용할 경우 구성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각 단체는 위원을 남녀동수로 추천할 수 밖에 없어 본래 취지보다 과도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의약분야 전문인력 성별 분포를 고려할 때 일정 비율로 성비를 제한하는 경우 오히려 위원 대표성을 약화시킬 우려도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019년 기준 직역별 여성비율을 살펴보면 의사 25.0%, 치과의사 24.5%, 한의사 22.0%, 약사 60.2% 등이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건정심 위원은 대표성과 전문성에 기반해 꾸려지는 만큼 특정 성별 제한비율을 명시할 경우 전문성 퇴색과 함께 구성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건정심은 보험료, 보장성, 수가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해관계가 많은 사안을 다루고 있어 위원 구성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건정심 위원은 근로자․사용자․의료계․약업계 등 각 단체로부터 1명씩 추천받고 있는데, 개정안과 같이 성비를 의무화 하려면 각 단체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정책 관련 전문성과 각 단체 대표성을 갖고 추천돼야 할 위원들이 특정 성별을 고려해 무리하게 추천될 경우 전문성과 대표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