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미성년에게 사용이 금지된 필러 물질을 시술했다가 실명사고를 일으킨 병원 의료진에 대해 법원이 환자에게 4억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5민사부(재판장 민성철)는 환자 A씨가 성형외과 의사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손을 들어줬다.
2016년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과 코 필러 주입술을 받았다. 1년 뒤 쌍꺼풀 교정수술과 코필러 추가 시술 상담을 위해 피고 병원에 내원했다.
상담을 거친 의료진은 쌍꺼풀 재교정 수술과 코 필려 주입술을 실시하기로 했다.
의료진은 당시 만 17세였던 A씨에게 보호자 동의를 받고, 히알루론산 완충액을 구성성분으로 하는 필러 물질을 추가로 주입하는 코 필러 주입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5일 뒤 A씨는 오른쪽 눈 시력저하를 호소하며 다시 내원했다. 이에 B씨 등 의료진은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를 투입했다.
그럼에도 A씨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같은 날 새벽 그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A씨는 망막부종 및 맥락막혈관얼기 손상 및 망막혈관폐쇄 등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고압산소치료와 스테로이드 집중치료 등을 시행했지만 시력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오른쪽 눈이 회복불가능한 실명에 준하는 시신경병증 및 우측 감각 외사시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 측은 B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의료진이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금지된 필러 물질을 사용했다며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혈관 폐쇄로 인한 실명, 뇌경색 등 발생가능한 합병증 등 중요한 사항을 설명하지 않아 필러주입술을 받을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미용성형술을 의뢰받은 의사는 전문적 지식에 입각해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시술법 등을 신중히 선택해 권유해야 한다”며 “예상되는 위험 및 부작용 등에 관해 의뢰인이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시술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의료행위 주체가 설명의무를 소홀히 해서 환자로 하여금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이 사건에서 사용된 히알루론산 물질의 경우, 주의사항 부분에 ‘미성년자에게 사용을 금한다’, ‘혈관 내 주입된 경우 실명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높은 미간 등 눈 주변 사용을 금지한다’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음에도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수술과정에서 원고와 보호자 동의를 받고, 이 사건 필러물질을 이용한 성형수술이 미성년자에게도 행해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필러물질을 미성년자에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 자체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